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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동서양 아우르는 지상 최대 아트페어로 뜬다

입력 : 2015-03-24 20:59:42 수정 : 2015-03-24 20: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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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큐레이터가 살펴본 홍콩 미술시장
올해 홍콩 미술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2015 아트바젤 홍콩’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중국 본토의 큰손들이 몰려들면서 시장이 화끈 달아올랐다. 덩달아 국내 미술시장도 단색화를 중심으로 가격이 2∼3배 급등하는 추세다. 우리 미술시장의 봄을 알리는 이들도 생겼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규모 유동자금도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일체화 현상도 최근 공고화하면서 홍콩의 기류에 한국 미술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독립큐레이터 김민성씨의 현지 리포트로 홍콩 미술시장 동향을 살펴본다.


◆자리 잡은 ‘아트바젤 홍콩’

아트페어의 공룡 ‘바젤’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한 뒤 세 번째 행사가 지난 17일 마무리됐다. 미술관에서나 만날 법한 유명 큐레이터들을 대거 동원해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위성전시들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비엔날레를 방불케 했다. 아트바젤 홍콩의 공기가 작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현지에 뿌려지는 전단과 안내문에는 하나같이 홍콩이란 글자 없이 그냥 ‘ART|BASEL’(아트|바젤)만 보였을 정도다. 

대가들의 소품 위주로 구성한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 소더비에 대응해 급조됐지만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
스위스 대기업인 UBS도 주요 스폰서로 아트바젤 홍콩의 꼬리표를 장식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내실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아트페어의 유일한 카탈로그에 대문짝만 하게 적힌 ‘YEAR45’에선 연륜의 자부심이 감지됐다. 치밀한 디자인으로 명실상부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아시아 거점의 갤러리들이 모여 판을 벌였던 ‘홍콩아트페어’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가. 살아남기 위해서 크리스티나 소더비가 메인 경매를 하던 5월 끼어들기를 했던 뜨겁고 끈적대던 홍콩아트페어 말이다. 그러나 이번 아트페어의 도록에서 명기해 놓은 것처럼, 45년이라는 아트바젤의 시간은 드디어 홍콩아트페어의 시절들을 다 삼켜버렸다. 도록 서문에서 미술사가 세라 손턴(Sarah Thornton)은 분명히 밝혔다. 미술시장에서 주요하게 통용되는 화폐는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중국 위안도 아니고 ‘신뢰’라고 못박았다. 45세의 중년인 아트바젤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신뢰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이 주는 신뢰라는 무기를 들고 아트바젤이 본격적으로 메스를 댄 홍콩에서의 아트페어는 어땠을까.

◆몰려든 서구 갤러리들

이번 페어에서는 작년보다 화랑들의 참여 부스가 줄었다. 컨벤션홀을 두 개 층으로 나누어 233개의 부스가 설치됐는데 10여개의 참여 갤러리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20개의 갤러리는 새롭게 아트바젤에 참가한 뉴페이스들이다. 단순히 셈을 해보아도 홍콩아트페어 시절에서 30개 정도의 갤러리, 즉 10% 정도 되는 갤러리를 갈아치운 형국이다.

홍콩은 의심할 여지없이 아시아 아트마켓의 핵심이다. 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갤러리들 중 절반가량이 참여할 수 있는 아트페어는 홍콩이 유일할 것이다. 오죽하면 서구의 빅 갤러리들조차 아시아에 지점을 내면서까지 홍콩의 페어로 진입하려고 안달했을까. 홍콩의 갤러리 타워들을 보면 절반 이상이 유럽과 미국의 빅 갤러리들의 홍콩지점이다. 중국 본토 최고의 젊은 갑부들이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가 홍콩이기 때문이다. 그런 홍콩에서 적지 않은 갤러리들이 쫓겨난 것이다. 아트바젤의 구미에 맞춰 페어를 다시 디자인했다는 말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앞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기억하라. 아시아 미술계의 변화가 아니라 미술시장의 변화라는 것을.

‘아시아 아방가르드’를 야심차게 선보이는 소더비 판매 전시장 입구 모습.
◆단색화 바람의 실체는


말만 들어도 기분 좋은 한국작가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열돼 있는 소더비 판매전시장을 보며 어깨가 으쓱거렸다. 김환기, 박서보, 김창렬, 정상화 그리고 이우환. 그러나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게 전시가 한국의 단색화만 집중 조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전후미술로서 등장한 구타이(Gutai), 즉 구현을 표방하는 일본판 모더니즘 미술이 보다 비중있게 다뤄졌다. 어떤 것은 잭슨 폴록처럼 강렬한 색채의 행위성이 느껴지는 표현주의적 작품이고 어떤 것은 장욱진처럼 귀엽고 단조롭게 표현된 작품들이다. 바로 이 구타이 미술에 우리나라의 이우환도 포함돼 있었다. 변명할 여지없이 일본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이 집중 조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고민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단색화가 국제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음은 사실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중국현대회화가 수년간 아트마켓에서 고공행진을 하던 차에 아시아의 또 다른 핵심인 한·일의 미술은 분명 매력적인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지속성에 의문이 든다. 일본이 없으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바라보겠지만, 강력한 메시지의 일본 구타이가 있고 여기에 이우환 작가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우환은 한국 출신의 국제적인 작가이지 한국의 미술계를 이끈 작가는 아니다. 이런 소더비의 태도는 아트페어에 참가한 한국의 갤러리들에게도 볼 수 있었다. 한국부스에서 ‘이우환’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외국 갤러리들도 구타이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었다. 물론 불패의 유명작가들을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 그리고 싱가포르에 체인망을 가진 일본의 미즈마아트갤러리가 출품한 이우환 작가의 ‘라인시리즈’.
◆한국미술계가 생각할 것들


한국의 K옥션은 홍콩에서 전투적으로 한국의 단색화를 경매에 올렸다. 정상화의 작품 같은 경우 경쟁이 붙어 추정가의 3배 정도에 낙찰되는 성과도 얻었다.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가 외견상으로 좋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우리나라 단색화에 대한 국내의 주도적인 시장형성과 학제 간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시장을 얼마나 점유해 나갈지 의문이다. 점유는 차지하고라도 지금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국내 미술계의 치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 화랑이 해야 할 일은 한국 단색화를 찾아 방황하는 노력의 일부를 쪼개 홍경택같이 우리만의 모티브를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감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작가들을 찾아서 응원하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갈 길을 몰라 방황을 넘어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계의 현 상황에서 한국 단색화라는 화두에 엉덩이를 들썩대는 한국 미술시장이 아닌, 좀 더 이 상황을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트바젤이 특별한 오픈행사 없이 조용히 문을 열고 첫날 느리게 걷는 것으로 시작하는가 싶더니 주말 동안 엄청난 양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완판시킨 갤러리가 대다수였다.

2015년 아트바젤 홍콩은 성공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노렸던 어마어마한 재력가들이 진짜로 현장을 찾았다. 그 유명한 중국 온라인 유통의 갑부 알리바바의 잭 마와 같은 중국 본토의 유력인사들이 작품을 산 것이다. 액수는 늘 그렇듯이 비밀에 부치지만 개인당 많게는 수십억원어치의 작품을 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트바젤 홍콩은 명실상부하게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상 최대 아트페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수한 경향과 흐름을 양산하면 시장을 테스트하고 점검해 파워를 더욱 키워갈 것이다. 아시아의 중심으로 치고 들어온 아트바젤의 목표는 아시아만은 아닐테니까. 우리가 눈앞의 실리를 챙기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현대미술계 내부를 점검하는 일이다. 미술의 저변화를 위해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아이디어 실천이 절대 필요하다. 저변화가 돼 있지 않은 분야는 위에서 무너질 때 그것을 받아낼 받침대가 없어 공멸을 너머 아예 사라져 버리게 마련이다. 홍콩 항구를 내려다보며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 작가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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