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생태환경통일 작업 나설 때 얼마 전 우리의 식목일(植木日)에 해당하는 북한의 ‘식수절’(植樹節)이었다. 식수절은 1947년 4월 6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문수산에 직접 나무를 심은 날을 기념해 모든 북쪽 주민이 나무를 심는 날이다. 1999년부터는 북한 내 기후조건에 맞추어 3월 2일로 식수절을 앞당겼다.
2014년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식량과 땔감을 해결하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산불도 막지 못해 산림자원이 많이 줄었다”며 산림 훼손이 심각함을 인정했다. 그리고 10년 안에 모든 산에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숲이 우거진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드는 ‘수림화’(樹林化)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초에는 산림 파괴 행위를 엄단해야 하고, 산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연료림 조성, 석탄 공급 확대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노동신문도 “산림복구전투에서 애국심을 검증 받으라”,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많이 심고 가꾸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라는 구호와 함께 나무 심기를 독려했다. 북한에서 정치 지도자와 언론 매체가 나무심기를 다그치는 것은 그만큼 땔감, 다락밭, 벌목, 산불 등으로 북한 내 산림 파괴의 피해가 커서 산림 복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 남쪽의 산림 상황도 현재의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먹을거리, 땔감,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 민둥산이 많았다. 산에 나무가 없으니 비가 오면 산의 기름진 겉흙이 빗물에 쓸려 나가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빗물이 일시에 하천으로 몰려 범람해 홍수로 이어져 가옥과 농토가 침수되어 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남쪽의 황폐한 산지를 푸르게 가꾼 데에는 허가 받지 않은 입산을 금지하고 푸른 숲을 조성하기 위해 식목일 행사와 함께 심은 나무를 가꾸는 육림(育林)을 하면서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국민운동인 산림녹화운동이 큰 기여를 했다.
우리의 식목일은 1872년 미국에서 시작된 나무 심는 날인 ‘아버 데이’(Arbor Day)를 참고했다. 정부는 1949년에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해 24절기 가운데 나무심기에 좋은 청명(淸明) 전후인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했다. 그 뒤 식목일은 공휴일과 기념일에서 폐지되고 부활되기를 거듭하다가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폐지됐다.
예전에는 식목일 앞뒤 한 달 동안 모든 국민이 마을, 학교, 직장, 군부대 단위별로 나무를 심는 ‘국민식수기간’으로 정해 숲을 가꾸고 산지를 자원화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
산에 나무를 심어 가꾼 산림이 우리 국민들에게 주는 혜택은 대기 정화, 기후변화 완화, 수원 함양, 토사유출 방지, 생물다양성 보존, 산림 휴양과 치유, 산림 경관, 관광, 자원 생산 등으로 다양하다. 산림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2010년 기준으로 10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9.3%에 이르고, 국민 한 사람에게 연간 216만원 정도의 산림복지 혜택이 돌아간다.
한반도는 백두대간을 축으로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진 땅이고 같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생태계도 서로 연결돼 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우리의 자연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하루빨리 북한의 산림 복구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교란 문제 등 생태환경통일을 논의하기 위해 남과 북이 마주 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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