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 결핍 비율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은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부산ㆍ울산ㆍ창원ㆍ제주 주민의 비타민 D 결핍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뼈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결핍되면 골절ㆍ구루병(곱사병)ㆍ골연화증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뇨병ㆍ암ㆍ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 높일 수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나은희 박사팀은 2013년 1∼12월 전국 13개 도시 16개 검진센터를 찾은 남녀 1만7252명(남성 9180명, 여성 8072명)을 대상으로 혈중(血中) 비타민 D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30일 밝혔다. 이 결과(한국인에서 비타민 D: 성별, 연령, 거주지, 계절에 따른 상태 및 결핍의 유병률)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지인 ‘Lab Med Online’ 올해 4월호에 실렸다.
나 박사팀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비타민 D 결핍 비율은 거의 10%에 달했다. 수원ㆍ인천ㆍ대구ㆍ충주ㆍ전주 시민도 8%를 약간 상회했다. 대전ㆍ광주ㆍ춘천 시민의 결핍 비율은 8% 내외였다. 반면 부산 시민의 비타민 D 결핍 비율은 2%도 채 되지 않았다. 울산ㆍ창원에선 4%를 약간 밑돌았고 제주에선 4%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보였다.
나 박사팀은 논문에서 “서울ㆍ경기 지역의 비타민 D 결핍 비율이 높은 것은 20대∼30대의 젊은 연령층이 많이 포함돼 있으며, 산업화된 도시여서 실내 근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대구ㆍ대전ㆍ광주ㆍ전주는 젊은 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비타민 D 결핍 비율이 꽤 높은 것은 연령 외의 인자 즉, 직업ㆍ실외 활동량ㆍ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의 섭취 정도ㆍ비타민 D 보충제 복용 여부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나 박사팀은 예상했다.
비타민 D는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생성되므로 흔히 선 샤인 비타민(sunshine vitamin)으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고위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비타민 D 부족이나 결핍 비율이 저위도 주민에 비해 높은 것은 그래서다. 실제로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에선 북위 40도 이하에서 사는 남유럽 노인에 비해 북위 55∼60도 지역에서 거주하는 북유럽 노인들의 비타민 D 부족 비율이 낮았다. 하지만 북위 33∼38도 사이에 위치하는 우리나라에선 위도에 따른 비타민 D 부족이나 결핍 비율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나 박사팀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예상대로 여성의 평균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19.2ng/㎖로 남성(21.9 ng/㎖) 낮았다. 여성이 피부 상할까봐 햇볕 쬐기를 주저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타민 D 결핍 비율도 여성이 11.8%로 남성(4.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젊은 층과 60대 이상 노인층에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고 햇볕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20대 여성의 평균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최저치를 기록했다(14.3ng/㎖). 이에 따라 20대의 비타민 D 결핍 비율이 가장 높았다(남성 17%, 여성 23.2%).
젊은 층에서 비타민 D 결핍이 많은 이유를 나 박사팀은 “인터넷과 PC가 발달된 사회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자외선 차단제 등을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계절도 비타민 D 농도에 영향을 미쳤다.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9∼11월에 24.3 ng/㎖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6∼8월, 3∼5월, 12∼1월 순서였다. 겨울에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낮은 것은 겨울엔 태양의 자외선 강도가 떨어지는 데다 날씨가 추워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서다.
한편 사람에서 비타민 D는 비타민 D2(에르고칼시페롤)와 비타민 D3(콜레칼시페롤), 두 형태로 존재한다. 비타민 D2는 주로 식물에서 합성되며, 비타민 D3는 주로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됐을 때 피부에서 합성된다.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10 ng/㎖ 미만이면 결핍, 10∼30 ng/㎖ 미만이면 부족, 30 ng/㎖ 이상이면 충분으로 진단된다.
헬스팀 임한희 기자 newyork29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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