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사람들이 일제히 장식함을 열었다. 이들 계획대로라면 장식함에서 나온 나비들이 형형색색의 날개빛을 자랑하며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계획이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때도 있는 법이다. 사람들 특히 행사를 기획한 주최 측의 바람과 달리 나비들은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고, 일부는 기고 일부는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 광경이 연출됐다.
흥분한 몇몇 아이들이 무대 위 나비를 향해 몰려들었고, 삽시간에 현장은 ‘나비 살육현장’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 발에 짓밟힌 나비는 무참히 죽었고, 이를 본 부모들은 공포감에 휩싸여 비명을 질러댔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한 공원에서 열린 나비 날리기 행사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 있는 한 가구용품 회사가 개최한 이번 행사는 죽은 나비가 바닥에 널브러지고, 이를 본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면서 엉망진창이 됐다.
나비가 계획대로 날아오르지 못한 건 다소 믿기 어렵지만 ‘잠’에 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장식함에 들어있던 나비가 따뜻한 온도 때문에 잠들었고, 갑자기 함 뚜껑이 열리면서 바깥 날씨에 반응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주최 측은 고개숙여 사과했다. 관계자는 “정말 죄송하다”며 아름다운 광경을 상상하고 왔을 가족들이 마주친 ‘핏빛 바다’에 어찌할 줄 몰라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ecns.cn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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