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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소장에 등장한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

입력 : 2015-04-02 14:54:50 수정 : 2015-04-02 14: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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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014년 12월 1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옛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

 2014년 12월 19일 박한철(사진) 헌법재판소장이 옛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선고하며 인용해 유명해진 표현이다. 사무사(思無邪)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생각에 잘못됨이나 간사함이 없다”라는 뜻이다. 무불경(毋不敬)은 ‘예기’에 나오는 말로, “매사에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라는 뜻이다. 박 헌재소장은 이 표현을 통해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을 맡아 사심을 배제한 채 공정한 자세로 심리에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검찰 공소장에 ‘사무사 무불경’이란 표현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 이성식(39) 검사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권영국(52) 변호사를 형법상 법정소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이 대목을 인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박 헌재소장이 대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을 대표해 옛 통진당 해산 결정문을 낭독하는 동안 “헌법이 정치 자유를 파괴했다”,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이다”,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등 고함을 질러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검사는 권 변호사의 혐의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박 헌재소장의 모두발언을 다음과 같이 원래의 긴 문장 그대로 인용했다.

 “2014년 12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83에 있는 헌재 대심판정에서 (…)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인지 밝히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보장과 한계를 비교형량하고 판단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는 思無邪, 즉 생각과 판단에 있어 사됨이 없고 毋不敬, 즉 공경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자세를 잃지 않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부디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결정을 선고하겠습니다’라며 옛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사건 선고를 시작하였다.”

 이 검사는 오전 10시 박 헌재소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한 선고가 이어지는 도중 권 변호사가 소란을 일으켰음을 보여주고자 과감히 긴 인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냥 “2014년 10월 19일 오전 10시부터 (…)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은 옛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사건 선고를 시작하였다”라고만 적어도 범죄사실 구성에 전혀 무리가 없을 텐데 굳이 이렇게 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많다.

 먼저, 권 변호사를 수사해 기소한 이 검사의 결정 또한 ‘사무사 무불경’의 자세에 입각해 이뤄졌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헌재가 ‘사무사 무불경’의 태도로 심리해 선고했으면 응당 그에 따라야 하는데도 주문 낭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판정에서 소리를 꽥 지르며 소동을 일으킨 건 법조인답지 못한 부적절한 행동이란 꾸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경북 고령 출신인 이 검사는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던 2000년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내디뎠다. 2006년 인천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구지검, 부천지청 등을 거쳐 2013년부터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재직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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