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외교 구상·실천 모색해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주 우리 정부가 결정을 내린 후 눈치를 보다가 실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외교부 수장이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도로, 철도, 항만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출범하는 AIIB는 현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을 위시한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AIIB의 초점은 결국 중앙아시아를 위시한 중국의 서부지역으로 귀착됐고 동쪽에 위치한 북한은 당분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부의 결정은 안전할 때 이루어졌을지는 모르지만 지나친 피동성으로 인해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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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관계학 |
중국과 함께 그리고 AIIB를 통해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우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경제발전을 돕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하다. 한 평가에 따르면, 북한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10년 동안 약 100조원이라는 비용이 필요하다.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제안했던 배경이었을 것이다. AIIB가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경우 우리가 부담할 통일 비용이 줄어들 것임은 자명하다. 아울러 AIIB를 중심으로 한 한·중 간 협력체제를 통해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데도 기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중국과 함께 북한의 개방을 유도한다면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사업이 성공할 경우 한·중 간의 신뢰가 증진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정부로서는 한·미동맹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남북관계 및 한·중관계와 한·미동맹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이 정부의 선택을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우리가 서로 대립관계에 있는 국가 사이에 우리 자신을 위치시켜 판단하는 지나치게 피동적인 사고를 반영한다. 이것은 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촉발시킨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적극적인 선택지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견을 중재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AIIB를 거부한 이유는 중국이 동 은행에 대한 지배적 소유권을 장악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로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여건이 조성되고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논의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이슈는 사드(THAAD)와 같은 안보적 이슈와 달리 조정과 타협이 불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중국은 지배권이나 투명성과 관련해 상당한 변화를 수용했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성취했을 경우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고 우리의 입지는 확대됐을 것이다.
AIIB 가입을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가 통일을 준비하고 실현할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통일외교를 돌아보고 정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변 열강이 통일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통일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 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AIIB 가입의 경험은 강대국 사이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구상과 실천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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