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는 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생애 첫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상금은 180만달러(약 19억8000만원). 우승 스코어 또한 우즈가 1997년 우승했을 때와 똑같다. 스피스로서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5m의 파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범해 79년 역사의 토너먼트 최저타 기록 경신을 놓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승을 거둘 때 나이 또한 비슷하다. 우즈는 만 21세가 되기 직전인 1996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 스피스는 만 19세 11개월이던 2013년 7월 존 디어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따냈다. 당시 82년 만에 만 20세가 되지 않은 채로 PGA투어 최연소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마스터스 우승 때까지의 통산 우승 수도 비슷하다. 2013년 신인상을 차지한 스피스는 이번 우승으로 통산 3승,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가 통산 4승째였다.
각종 기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1997년 PGA투어 기록을 살펴보면 우즈는 당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94.8야드(2위), 그린 적중률 70.35%(4위), 평균 타수 69.1타(2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스피스의 올해 성적은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93.5야드로 비거리상으로는 우즈와 대동소이하지만 투어 내 순위에서는 55위로 다소 처진다. 그린 적중률 65.69% 역시 103위로 우즈와 차이가 있다.
다만 평균 타수에서는 69.509타(3위)로 18년 전 우즈와 비슷하다. 이 둘의 신체 조건이 신장 185㎝, 체중 84㎏으로 똑같은 것도 기막힌 우연이다. 미국인들이 우즈를 대신해 ‘차세대 타이거’라는 애칭을 붙이며 열광하고 있는 이유다. 세계랭킹 2위로 상승한 스피스는 3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정교한 아이언 샷을 장착해 매킬로이 못지않은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짠물퍼팅’까지 장착한 상황이다.
2, 3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치며 기대를 모았던 우즈는 이날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오히려 1타를 잃어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전날 공동 5위에서 공동 17위로 12계단 미끄러졌다. 경쟁자들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부분 타수를 줄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즈는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배상문은 공동 33위(288타), 노승열은 공동 38위(289타)에 자리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버디만 6개를 낚는 깔끔한 플레이로 4위(276타)에 올라 우승을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