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접촉… ‘말바꾸기’ 시도 의혹
선거캠프 관계자는 ‘말 맞추기’ 의심
洪측 “지사는 1억 수수 무관” 선긋기
경남기업, CCTV 파일 등 삭제 흔적
檢 "진술보다 물증으로 진실 가릴 것"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경남기업을 비롯,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 도지사 측 인사들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검찰 소환에 앞서 당사자들 간의 ‘말 맞추기’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면 이는 당사자들의 금품 수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검찰이 증거 인멸 정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 A씨가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다”고 말한 이후 이 총리와 새누리당 측에서 A씨의 집 주소를 다방면으로 수소문하고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검찰 입장에선 수사 대상이 핵심 참고인을 회유해 말 바꾸기를 시도한 것이란 의심을 품을 만하다.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보선 당시 이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일한 이들도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독대는 없었고, 3000만원 전달 사실도 없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사무소 핵심 관계자 신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큰 정치인이니 사무실이 늘 손님들로 넘쳤다”며 “운전기사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 측에서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전달했다는 1억원을 홍 지사가 직접 건네받지 않았다는 쪽으로 입을 맞추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독대, 둘 사이의 금품 수수 여부를 놓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신용카드 내역 등 확실한 ‘물증’을 토대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가릴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증거인멸 움직임이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본사와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다. 경남기업에서 확보한 회사 내부 CC(폐쇄회로)TV 녹화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의 상당 부분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CCTV 녹화 자체가 안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자원개발 비리와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건 관련 내부자료를 빼돌리기 위해 일부러 CCTV를 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경남기업 내부 인사를 불러 그 배경과 은닉처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로부터 복원된 컴퓨터 파일 등을 넘겨받아 분석한 뒤 우선 소환 대상자를 선별할 방침이다. 경남기업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1부의 자금추적 결과를 넘겨받아 경남기업 회계장부도 다시 조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로비 의혹이 발생한 특정 상황을 객관적 자료로 최대한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쏟아지는 증언과 엇갈리는 진술의 진위를 규명해줄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타고 다닌 차량에서 압수한 하이패스 단말기 분석이 대표적이다. 2013년 4월4일 홍성 충남도청 개청식에 참석한 성 전 회장이 차를 타고 부여 선거사무소로 이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이패스는 보관 기관이 3년이어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차량번호를 토대로 두 사람이 부여 사무소에서 같은 시간에 머물렀는지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동일 시간대에 두 사람이 부여 사무소에 머물렀다면 독대했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성 전 회장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과 성 전 회장 또는 측근이 부여 인근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 등도 핵심 증거물이 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이동 경로가 저장되지 않지만 목적지는 기종에 따라 장기간 보관되기 때문에 유용한 수사 자료가 될 수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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