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땐 장학금 수혜 늘려 회원 1만명 매머드 조직
계열사서 재단 운영비 조달, 또다른 비자금 통로 의심 검찰이 수사 중인 경남기업의 회계비리와 정치권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이 의혹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21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 서산장학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함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학재단에 정치권 로비 내용을 담은 비밀장부의 흔적이 있는지 찾고 있다”고 밝혔다. 서산장학재단 운영비를 대아레저산업과 대아건설에서 주로 조달해온 점 등을 감안할 때 또 다른 비자금 통로로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학재단의 한 전직 임원은 “서산장학재단이 정치권 로비로 사업을 확장해 온 성 전 회장의 어두운 이미지를 가리는 커튼 역할을 했고 2012년 총선 때 (성 전 회장의) 당선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산장학재단의 운영형태나 조직은 일반 장학재단과 확연히 다르다. 서산의 본부 말고도 전국 19개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지역구였던 서산과 태안에는 읍·면·동 조직까지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장학재단이 선거조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직후인 2005년 서울과 경기 등지에 지부를 개설하고 수혜대상을 넓혔다. 회원도 1만명에 이른다.
전 재단 관계자는 그러나 “회원 자녀가 장학생에 선발된 경우가 많았고 설립 목적과는 다르게 장애인이나 노인 돕기사업도 종종 펼쳤다”면서 “총선과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전후해 장학금을 늘린 것도 수상하다”고 전했다.
재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장학금 규모는 매년 9억원을 넘지 못하다가 사면과 총선이 맞물린 2006∼2008년에는 14억∼19억원대로 급증한 뒤 2009년 3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이어 총선을 앞둔 2010년과 2011년에는 18억원대로 6배 정도 늘었다가 이듬해에는 266만원으로 급감했다.
장학금을 받은 인원 또한 2008년에는 3209명으로 정점을 이뤘다가 이듬해 504명으로 크게 줄어든 뒤 총선을 앞둔 2010년과 2011년에는 2900명 수준으로 다시 느는 등 ‘정치일정’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성 전 회장은 재단 설립 당시 31억원을 출연했다가 경남기업주식으로 대치하고 현금을 회수했다.
장학재단을 관리하는 상임이사도 성 전 회장의 비서관 출신인 김영탁(56)씨다. 장학금을 매개로 선거조직을 만들고 정치적 이미지 구축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결국 성 전 회장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졌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총선에서 당선돼 숙원을 이뤘지만 곧바로 장학재단 명의로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청소년선도금 1000만원을 건넨 것이 문제가 돼 결국 당선무효형(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서산=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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