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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라이언에 빙의된 퇴계… 세대갈등 해법 내놓다

입력 : 2015-04-24 21:00:16 수정 : 2015-04-24 21: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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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지음/나남/1만3800원
라이언 - 퇴계 이황이 된 고교 일진/이창훈 지음/나남/1만3800원


작가는 “세월호가 빨아들인 우리 사회의 거대한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승화하고 절망과 반목을 딛고 미래세대가 희망을 찾아가도록 터닝포인트를 제시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연금개혁과 청년실업 문제를 둘러싸고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세대 갈등의 발전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또 새로운 한류 ‘K-스피릿’의 희망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 속에는 고교생 라이언과 대립하는 ‘자수성가형 60대 건설재벌 성찬수 회장’이 등장한다. 성 회장과 여야 정치인들의 검은 커넥션이 스토리의 결정적 모멘텀이다. 정치권을 뒤흔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미리 내다본 듯하다.

퇴계 이황과 8년에 걸쳐 사단칠정 논변을 펼친 고봉 기대승이 선계(仙界)에서 세월호 사고를 놓고 나누는 대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첫 장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다. 극중 퇴계는 희생된 아이들을 ‘가만히 앉아 있게 만든’ 장유유서의 권위주의적 질서 형성에 일조한 장본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리고 앉아 있던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 새 시대 주역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아름다운 선비’라는 이름을 가진 고교생 라이언에게 빙의된다.

고교 일진 독고라이언은 연상의 교생 선생 채민들레에게 빠져 상사병을 앓던 어느 날, 자신에게 빙의된 퇴계와 하나의 육신을 시간대별로 번갈아 써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둘은 라이언이 잠들기 전 휴대폰 동영상으로 질문을 녹화해 두면 자는 사이 퇴계가 동영상으로 답변을 녹화해 두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퇴계 필생의 역작이자 극중 빙의의 모멘텀이 되는 ‘성학십도’를 쉽고 간명하게 풀어낸 ‘신성학십도’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는 인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음양오행에 입각한 퇴계와 율곡의 운명 비교, 한자는 중국의 문자가 아니라 한글과 함께 ‘한민족의 문자창안 DNA’가 만든 우리 고유의 문자라는 주장도 가미했다. 라면의 추억과 맛을 재치 있게 형상화한 극 중 라이언의 자작시 ‘라면별곡’은 무릎을 치며 공감할 만하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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