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글/원유미 그림/학고재/1만3000원 |
종수와 종지 남매는 부모를 따라 시골로 가는 기차를 탄다. 놀러 갈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할아버지가 몹시 편찮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착해보니 가게 문은 닫혀 있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 곁에 친척들이 둘러앉아 있다. 할아버지는 말도 못하고 종수, 종지 남매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삼촌들이 상복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 동네 분들과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졌던 분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린다. 상여가 장지로 출발할 때는 꼬마 종수가 할아버지 영정을 들고 앞장섰다. 상여꾼들의 구슬픈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상여가 묘지에 도착하자, 절을 하고, 관을 내리고, 꽃을 던지고, 흙을 덮고, 땅을 다진다. 동그란 봉분 앞에서 종수는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영원히 손주들 곁을 떠나지 않을 줄 알았던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죽음을 지켜볼 기회가 드물다. 장례식장에서도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을 보기 어렵다. 죽음은 동심과 무관한 것,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게 해 주어야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것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장례는 모든 친척이 참석하는 중대한 행사로서, 어린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현대의 관점도 마찬가지다. 교육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에게 친지의 임종을 접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간의 유한성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장례과정을 목판 위에 나뭇결을 살려 그린 그림을 통해 1970년대의 정겨운 풍경 속에 담아 펼쳐보인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경험하는 ‘의례와 잔치’를 중심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살펴본 ‘학고재 대대손손’ 그림책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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