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 등 186개 품목 56% 미표시
업계 “지킬 의무 없다”… 2년새 17%P ↑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식품업체들이 가격 공개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2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10개 업체 186개 품목의 과자·라면·아이스크림을 조사한 결과 105개(56.5%)에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가 없었다.
2년 전인 2013년 같은 조사(동일 품목) 당시와 비교해 권장소비자 가격 미표시율이 39.8%에서 56.5%로 오히려 16.7%포인트나 높아졌다.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는 2010년 7월 최종 판매업자의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가 도입되면서 없어졌다. 하지만 이후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고 ‘할인율 뻥튀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1년 만인 2011년 7월 폐지됐다. 당시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주무부서(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권장소비자 가격을 자율적으로 다시 표기해 정부 물가 안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식품 종류별로는 과자류의 가격 표시율이 2013년 77%에서 올해 53.3%로 23.5%포인트나 떨어졌다. 라면도 51.5%에서 45.5%로 하락했다. 과자 중에서는 해태제과 구운감자·홈런볼·오사쯔, 크라운제과 버터와플·크라운산도·쿠쿠다스, 롯데제과 립파이·도리토스, 오리온 고소미·촉촉한초코칩·카메오 등 31개 품목의 가격 표시가 2년 사이 추가로 사라졌다. 라면의 경우 농심 육개장, 삼양식품 맛있는라면, 팔도 틈새라면 등 3개가 가격 표시를 지워버렸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권장소비자 가격을 업체 자율에 맡겨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