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파 71·646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노스 텍사스 슛아웃 최종 4라운드. 박인비는 2주 전 롯데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때 입었던 흰색 셔츠와 치마를 입고 나왔다. 당시 연장전에서 후배인 김세영(23·미래에셋)에게 이글 샷을 얻어맞고 분패한 징크스를 털어내기 위한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최종합계 15언더파를 기록, 공동 2위인 박희영(28·하나금융그룹)과 크리스티 커(38·미국)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려 세계랭킹 1위 자리 탈환을 향한 피치를 올렸다.
9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박인비는 이날 큰 위기 없이 정상을 향해 초반부터 선두를 내달렸다.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를 넘나드는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슨(21·미국)과 플레이하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드라이버 거리가 240야드 정도로 톰슨에 비해 많이 짧았지만 송곳 같은 아이언 샷과 퍼팅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특히 단 한 차례만 그린을 놓칠 정도로 완벽한 아이언 샷을 구사했다. 그린 적중률은 무려 94.4%.
게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터를 과감히 새로 교체했다. 지난 몇 주 동안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을 잘 치고도 주특기인 퍼팅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팅 타구 방법도 약간 바꿨다. 공을 조준할 때 각도를 살짝 비틀었다. 전날 32개의 퍼트 수도 이날은 28개로 빛났다. 이번 주 평균 퍼트 수는 28.25개로 괜찮은 수준으로 돌아왔다. 퍼팅이 우승의 원동력인 셈이다.
12번 홀(파4)에서 우열이 가려졌다. 톰슨에게 1타 차의 추격을 받던 박인비는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반면, 톰슨은 어프로치 샷 실수를 저질러 그린 주변 러프에서 친 파 퍼팅마저 놓치는 바람에 보기를 적어냈다. 무려 3타 차로 벌어졌다. 박인비는 15번 홀(파4)에서 2.5m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려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었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 탈환도 좋고 올해의 선수상도 좋지만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회 같은 퍼팅 감이라면 7월의 브리티시 여자 오픈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는 폭발적인 샷으로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고,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는 이날 한 타도 줄이지 못해 공동 41위(284타)에 그쳤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