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처방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까지 추가경정예산편성이나 기준금리 인하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대내에서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경기부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유가와 원화가치상승 여파로 수출전선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때맞춰 37개월째 이어지는 경상수지 흑자도 불황의 그늘로 원화절상을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긍정적인 경제전망을 고수했다. ADB 연차총회 참석차 아제르바이잔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현지에서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1.0%, 0.9%, 0.8%의 성장률을 보인다면 경제가 기대한 대로 가는 것으로 본다”며 “3분기 평균성장률을 연률로 보면 3.6%인데 이는 저희가 말하는 잠재 수준 성장률”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오더라도 우리나라에선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뒀다. 이 총재는 “미국 경제 흐름을 보면 금리를 급속하게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2분기 경기흐름이 앞으로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흑자가 불황의 징후라는 점이다. 경상흑자는 수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넘쳐나는 달러 탓에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당국은 그동안 긍정적인 전망만 내놓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뒤늦게 조정하기 급급했다”며 “최근에는 대외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더 이상 낙관적으로 경제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선제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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