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등 지음/알에이치코리아/1만5000원 |
사회적 평판에 결정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을 맞았을 때 사과는 위기 탈출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이때 진정성을 담으려면 사과의 핵심 문장은 “미안합니다”가 아니라 “제가 잘못했습니다”이어야 한다. 동시에 잘못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수다. 잘못의 당사자가 사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땅콩회항’ 사건에 대입해보자.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이 불거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대한항공은 첫 해명에서 조현아 당시 부사장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주력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했다. 당연히 사건 진상의 투명한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당사자인 조씨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뒤였다. 땅콩회항에 대한 대한항공의 대응은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비난 여론은 급속히 확산됐고, 결국 조씨는 구속에 이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책은 제품과 서비스 외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공중의 여론, 대중의 평판이 기업의 전략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의 중요한 자산을 지키고 구축하기 위해 여론에 긴밀히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책은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대한항공의 대응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바람직한 기업의 전략을 충고한다.
책에서 크게 부각되는 부분이 ‘오너 리스크’(Owner Risk)다. 한국 기업의 특성을 ‘오너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가 기업에 해를 입히는 현상’인 오너리스크로 보고, 땅콩회항을 “한국 기업사에서 가장 극적인 오너리스크로 기억될”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또 한국의 재벌들이 대부분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에 설립됐거나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지금이 재벌 3세대가 본격적인 경영 무대에 나서는 시기라는 점, 이로 인해 경영 승계자들의 ‘사회적 검증’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대응은 기업의 위기 관리 실패 사례로 꼽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대한항공과 대비되는 사례로 지난해 초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당시 코오롱의 대응을 든다. 당시 사고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내용면에서 땅콩회항과는 비교되지 않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코오롱 이웅렬 회장이 사고 발생 9시간 만에 현장에 나타나 사과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약속하는 등 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책은 “언론들이 두 회사를 비교하며 코오롱의 대응이 대한항공의 대응보다 낫다고 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오너가 보여준 위기관리 리더십의 차이였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정치캠페인에서 기업이 배워야 할 여론전략을 소개하고,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개념들을 설명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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