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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지구촌 '윤리적 소비운동' 주춤

입력 : 2015-05-09 13:36:05 수정 : 2015-05-12 16: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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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확대 '저속'·잇단 문제 불거져… '공정무역·착한 소비' 난관
2013년 4월24일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1.
지난달 24일은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참사 2주기였다. 미국 월마트와 이탈리아 베네통 등 글로벌 패션기업들로부터 하청받은 봉제의류를 대기 위해 저임금과 밤샘 작업에 시달리며 일하던 근로자 1130여명이 숨졌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공정무역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조되자 이들 기업은 “옷을 직접 주문한 적이 없다”면서도 도의적 차원에서 희생자 보상을 위한 기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잦아들자 원청 기업들은 기금 출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BMW의 최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i8.
BMW 제공
#2.
독일 BMW는 환경차 시장의 선두주자다. ‘전기차는 옵션이 아닌 필수’라는 모토 하에 2007년부터 약 30억유로(약 3조7200억원)를 투자해 세계 최고 저연비·고출력 차량인 i3, i8을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목표한 대로 2020년 세계 1위 자동차기업으로 올라설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한 해 6000만원대 전기차 i3 판매량은 2233대였던 반면 1억원이 훌쩍 넘는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5는 1만2664대가 팔렸다. 소비자들이 아직까진 전기차를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난관에 부딪힌 윤리적 소비


금세기 들어서면서 확산일로였던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진단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 대비 품질만이 아니라 환경문제나 개발도상국과의 공정무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까지 고려하는 소비행위를 일컫는다. 동물실험과 노동착취 등 평판이 나쁜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이고 구매 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공정무역 상품인지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착한 소비’인 것이다.

친환경 제품 전문 정보 포털사이트 ‘유토피아’를 만든 독일인 클라우디아 랑게르는 요즘 들어 ‘의식 있는 소비자만이 지구를 지킨다’는 오랜 신념에 회의를 느낀다. 랑거는 “처음에는 윤리적 소비가 기업을 움직이고 재계가 정치권을 압박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윤리적 소비로 크게 나아진 것은 없고 동참자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불편하기 그지없던 전기차 대신 일반 차량을 타고 다니고, 예전엔 거들떠도 안 봤던 플라스틱 장난감과 인스턴트 과자를 가끔 산다.

윤리적 소비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은 예상만큼 커지지 않는 반면 기대치가 높아진 소비자 비판은 쏟아지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 나무 심기 사업 등을 벌여온 독일 오토그룹의 한스·오토 슈라더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같아선 차라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지론을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오토그룹이 일부 옷과 가방을 노동착취가 심한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납품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가 “위선자” “악덕기업”이라며 불매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슈라더 CEO는 “우리는 200만개 제품을 팔고, 70여개국 수천개 회사와 거래를 하는데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착한 소비’가 대세가 되려면


윤리적 소비는 건강은 물론 환경, 사회까지 생각하는 자본주의 대안 활동으로 여겨지며 2000년대 급속도로 확산했다. 제3세계 국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공정무역의 성장이 대표적이다. 세계공정무역협회(FLO)에 따르면 커피와 바나나, 코코아 등 공정무역 매출액은 2009년 약 34억유로(약 4조2204억원)에서 2013년 55억유로로 1.6배 늘었다. 영국의 윤리적패션포럼 측은 친환경 면화·양모 시장이 내년 1021억유로 규모로 성장해 전 세계 섬유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윤리적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직거래와 친환경 급식, 로컬푸드 확산 등으로 2012년 말 3조809억원 수준인 유기농 등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2020년에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이 전부는 아니다.

탄자니아 공정무역 커피 원두 수확 장면.
세계공정무역협회제공
전문가들은 윤리적 소비의 힘을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비토리오 회슬레 미국 노트러데임대 교수(철학)는 “기본적으로 소비나 생산은 이기적”이라며 이익 극대화가 지상목표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절대적으로 ‘착한 소비’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윤리적 제품 인증에 관한 국제 기준이나 환경세 도입, 노동조건 개선 등은 정치권을 압박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에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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