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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母와 함께한 자화상…생전 엄마옷 입은 女

입력 : 2015-05-26 17:25:18 수정 : 2015-05-26 17: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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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엄마를 추억하려 생전에 모친이 입었던 옷을 따라 입은 여성의 사진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폴란드의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여성은 엄마의 옷 총 10벌을 입은 뒤 진정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폴란드 남부지방의 작은 도시 리두위토비(Rydułtowy)에서 태어난 캐롤라이나 욘데르코(30)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엄마와 함께한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욘데르코의 엄마는 2008년에 골(骨)암으로 사망했다. 이에 욘데르코는 엄마의 옷을 입음으로써 과거 엄마의 모습을 재현함과 동시에 자신을 이입, 모녀(母女)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려 했다.


욘데르코는 “내가 입은 엄마의 옷은 모두 중고품”이라며 “엄마는 결코 새 옷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는 좀 더 중요한 지출을 위해 돈을 아껴 쓰셨다”며 “옷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우리 엄마는 당신의 옷을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욘데르코가 사진을 찍은 장소는 그의 할머니가 살았던 집이다. 욘데르코와 그의 자매 그리고 엄마가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그가 사진을 찍은 장소는 3대에 걸친 추억을 돌이킬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욘데르코는 “엄마가 내게 피아노를 항상 가르쳐주셨던 걸 기억한다”며 “음을 하나하나 짚어주던 엄마의 온화한 목소리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철없던 나와 언니는 엄마의 수업을 견디지 못하고 늘 바깥으로 나가 놀곤 했다”고 덧붙였다.


욘데르코는 ‘결혼’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가리켜 “내가 7살 때 사촌 결혼식에서 엄마가 입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식에서 엄마는 아빠와 춤을 추셨다”며 “엄마는 춤추기를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욘데르코는 이 외에 ‘일’ ‘여행’ ‘크리스마스’ ‘주말’ ‘유치원’ ‘일요일’ ‘겨울’ 그리고 ‘휴일’이라는 제목의 사진도 게재했다. 그는 각 제목에 맞는 사연이 담긴 옷을 입고 엄마의 모습을 재현했다.

욘데르코는 “옷을 입는 동안 엄마가 나와 함께 있다는 걸 느꼈다”며 “모든 사진을 찍고, 마지막 옷을 벗고 나서야 나는 엄마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야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욘데르코가 사진을 공개한 뒤, 그는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쏟아진 이메일은 욘데르코의 사진에 감동했다는 내용부터 그의 사진이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는 글과 이유 모를 마음의 평화를 안겨줬다는 반응 등이 섞인 것으로 전해졌다.

욘데르코는 “사람들은 내 사진을 보고 그들의 사연과 동일시한 것 같았다”며 “내 사진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 고맙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욘데르코 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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