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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데이터… 정보권력은 알고 있다

입력 : 2015-06-06 01:55:46 수정 : 2015-06-06 01: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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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일상 남기고 온라인마켓서 쇼핑
작년 한국인 1인당 1697시간 디지털 접속
세계인 하루 평균 25억 기가 정보 쏟아내
빅데이터로 기업은 돈벌이 정부는 감시
무분별한 개인 정보의 사용 기본권 훼손
디지털 소통 망치는 광범위 통제 막아야
말테 슈피츠, 브리기테 비어만 지음/김현정 옮김/책세상/1만5000원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디지털 시대의 자기결정권/말테 슈피츠, 브리기테 비어만 지음/김현정 옮김/책세상/1만5000원


1697시간, 지난해 한국인 한 사람이 디지털 세상에 쏟은 시간이다. 하루 평균 컴퓨터 사용 1시간, 스마트폰 3시간39분을 합친 것이다. 트위터에 일상의 단상을 남기고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르며 관심을 보인다.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다양한 온라인업체를 통해 쇼핑도 한다.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 남긴 우리 흔적이나 동선은 수없이 쌓인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축적된 디지털 정보는 어디론가 흘러간다.

우리는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쓰임새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까. 독일 녹색당 대표를 지낸 젊은 정치인이 쓴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는 내 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실감나게 고발했다. 모두들 대량 축적된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고 있지만 그 다음에 대해선 솔직히 둔감한 편이다.

이제 디지털 세계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게 되었다. 전 세계인은 하루 평균 25억기가 분량의 데이터를 쏟아낸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군침을 삼킨다. 우리가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구매한 아이템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그리고 무엇을 삭제하는지를 점점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곧바로 돈이 된다. 21세기에 데이터는 핵심적인 화폐가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사업모델로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글로벌 기업들은 정치인들을 동원해 정보 이용을 무한정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의 대가로 기업은 국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데이터는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고, 국가는 이런 데이터를 감시수단으로 활용한다. 기업과 국가가 밀접히 결탁해 공생하고 있는 게 요즘 추세라고 한다면 과장인가.

만일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는 늘 감시당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미국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과 감청은, 국가가 개인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신용카드, 폐쇄회로(CC)TV, GPS, 전자칩 단말기, 사물인터넷 등에 축적되는 개인별 데이터는 도처에서 생성되고 가공된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국가정보기관이 도이체텔레콤에 요청한 고객정보 요청 건수는 무려 43만건. 하루 평균 1200번, 1분에 한 번꼴로 개인의 자료가 국가에 넘어간다. 독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 미국 등 전 세계 각국이 비슷한 양상이다.

말테 슈피츠와 브리기테 비어만은 세계인들은 하루 25억기가 분량의 데이터를 쏟아낸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이들 데이터를 이용해 돈을 벌고 국가는 개인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저자는 “디지털 바다를 휩쓰는 커다란 저인망이 세상 위로 던져졌고,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마치 미꾸라지 몇 마리를 잡기 위해 쳐진 그물에 함께 잡혀나온 물고기 신세가 되었다. 이런 방식의 감시는 결국 법률로 보장된 기본권을 무력화하고 디지털 소통에 대한 믿음을 깨지게 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솔직히 사정기관들의 감시 행위는 모든 국민에게 일반적인 혐의를 두게 되는, 민주적 법규의 근본인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감시사회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18세기 말 영국 학자 제레미 벤담(1748 ∼1832)은 거대 통제사회의 탄생을 예고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전체주의의 절대권력을 비판했다. 현대 사상가 미셸 푸코는 감옥과 감시의 체제를 통한 권력의 정체와 계보를 파헤쳤다. 감시와 권력의 문제는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됐다. 그러나 과거와 현대가 다른 점은 감시권력이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이 만들어낸 가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은밀한 공간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누군가에 의해 감시받고 있다는 뜻의 ‘감시’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킨다.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누군가가 관심갖고 바라본다고 느낄 때 인간은 자율성과 자유, 인격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인터넷 사용 초기에 가졌던 설렘은 솔직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걱정으로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로의 변화가 자유와 의사소통, 투명성을 확대하기는 하지만, 이보다 감시가 더욱 쉬워졌다는 걱정이다. 자유에 대한 약속 뒤에 광범위한 통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토로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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