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 병원 저 병원 '닥터쇼핑'…메르스 전파 주범됐다

입력 : 2015-06-12 18:54:09 수정 : 2015-06-13 01:25: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무조건 대형병원 가야 낫는다” 인식… 동네병원 전전하다 상급병원 찾아…‘슈퍼전파자’ 병원 3∼4곳 돌아다녀
보건당국의 역학 조사 결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주요 전파자들은 여러 병원을 옮겨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의원을 전전하거나 상급병원으로 계속 올라가는 식이다. 그러면서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서울의 한 개인병원 의사는 12일 “한국 의료계의 고질병인 ‘닥터 쇼핑’ 행태가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킨 주된 요인들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사망자는 70대인 51번(72·여), 23번(73), 24번(78) 환자 3명이 추가돼 모두 13명으로 늘었다. 치사율도 10.3%를 기록해 처음으로 두자릿수가 됐다. 하지만 메르스 신규 확진자는 4명에 그치고 격리 대상자는 국내 메르스 첫 발생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2차 유행이 잦아들고 확산세도 한풀 꺾인 양상을 보였다. 다음주가 3차 유행 여부를 가늠할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

“당신의 땀이 희망입니다” 12일 대전 서구 대청병원 1층 로비에서 방역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의자에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대청병원에는 이날 현재 77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격리돼 있다. 연합
◆의사를 쇼핑하듯 돌아다니는 환자가 메르스 확산 원인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결과에 따르면 슈퍼 전파자로 분류되는 1번 환자는 1차 의료기관 3곳과 3차 의료기관 1곳을 거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 사이에 무려 4개 병원을 옮겨다녔다.

현재까지 63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조사된 14번 환자도 3곳의 병원을 거쳤다. 추가 전파 우려가 있는 90·98·115번 환자 등도 동네 의원 2∼3곳과 2차 병원, 대학병원 등을 두루 거치는 공통점을 보였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거나 전문적인 진료를 원해 상급병원을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 전형적인 ‘닥터 쇼핑’ 형태로 추정된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닥터 쇼핑은 환자 본인에게도 불필요한 검사를 중복으로 받게 하고 의료 자원 측면에서도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번처럼 감염병의 경우에는 여러 지역이나 의료진에게까지 전파할 수 있는 위험까지 있다.

우리나라에서 닥터 쇼핑이 성행하는 이유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 대변인은 “동네의원은 잘 믿지 않고 무조건 대학병원이 자신의 건강을 잘 챙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또 상급 병원으로 갈 때 필요한 진료의뢰서의 발급 규정도 까다롭지 않다 보니 환자들은 의사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권리로 생각한다. 의료계에서는 진료의뢰서 발급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계는 “대형병원은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경증 환자는 1·2차 병의원에서 치료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규 확진자 수 줄고 격리자 처음으로 순감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메르스 검사 결과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총 환자 수는 12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8일 2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9일 8명으로 떨어졌다가 10∼11일 13∼1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최대 고비로 알려졌던 이날 크게 줄었다.

신규 확진자 4명 중 3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노출됐고 나머지 1명은 지난달 27일 14번 환자가 들른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격리자는 3680명으로 전날보다 125명 줄었다. 새로운 확진자가 적다 보니 추가 격리자가 적었고 초반 격리대상자들의 잠복기가 끝난 것도 격리자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자택 격리자도 전날보다 138명 줄었고 시설격리 대상은 13명 늘었다. 이날 격리 해제자는 모두 294명으로 지금까지 모두 1249명이 2주간 격리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고 있는 사람도 전날 225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127명이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 환자(109번)는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병욱·김민순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주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