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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독일은 전국이 과거 반성 담은 교과서

입력 : 2015-06-14 21:32:31 수정 : 2015-06-14 23: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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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문화유산에 ‘역사 그늘’까지 기록
日, 교묘한 역사수정주의 멈춰야
필자는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유럽을 방문했다. 2월에 이어 지난주 말에는 다시 독일을 방문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과 1년여 사이에 네 번째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부터 양국은 통일외교 경험 공유를 위해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 7월로 예정된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종착지인 베를린에서는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들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같이 돈독한 관계는 올해 종전 70주년과 분단 70주년, 그리고 독일통일 25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독일 방문을 통해 필자는 최근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독일의 힘의 근원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사에 대한 진정 어린 반성과 행동을 통해 주변국들과 화해하고, 나아가 신뢰와 존경을 얻은 성숙한 자세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메르켈 총리는 금년 1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연설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에게는 나치 하의 잔혹행위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기억을 유지해야 할 영원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도 “2차대전 종전은 나치로부터의 해방”이라며 과거 잔혹행위를 기억하는 데 시효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필자는 슈타인마이어 장관과의 회담에서 독일 지도자들의 이같은 역사 인식에 경의를 표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과의 회담 후 찾은 베를린-쉐네바이데 나치 강제수용소 문서센터는 1938∼1945년 나치가 유럽 전역에서 강제로 동원한 1200만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기록한 곳이다. 이곳에서도 필자는 아픈 과거사를 직시하려는 독일의 노력을 보았다. 독일 정부와 국민들이라고 왜 과거의 잔혹한 반인륜범죄를 가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독일인들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처방임을 용기 있게 인정했다.

독일은 베스트팔렌 산업문화박물관 기념벽, 도르트문트 공원지대 추모비, 촐페라인 탄광 내 루르 박물관 등 많은 시설을 통해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추모 노력을 지속해왔다. 마치 독일 전역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는 교과서와도 같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강제노동이 이뤄진 독일 촐페라인 탄광은 2001년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강제노동 피해국들의 반대 없이 세계유산으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달 말 독일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이 강제노동이 이뤄진 7개 시설의 어두운 역사를 감추려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데 대해 최근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일본에 역사수정주의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일본 도쿄신문조차 “역사는 빛뿐만 아니라 그늘까지 함께 기록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베를린을 떠나며 독일이 왜 오늘날 유럽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존경을 받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독일 국민들과 지도자들이 보여준 용기와 노력에 따른 결과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독일이 보여준 용기를 우리 이웃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최근 일본의 양심적인 역사학자, 지식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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