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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안부 진전”… 입발림 아닌 진솔한 반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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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4 21:38:59 수정 : 2015-06-14 23: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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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돌파구가 열렸다는 말로 들린다. 지난 11일까지 8차례에 걸친 한·일 위안부 문제 국장급 협의에서 모종의 성과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외무성 간부가 “어떤 인식으로 말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어느 쪽 말이 사실에 가까운지 현재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평소 성향을 미루어 볼 때 근거 없는 말은 아닐 성싶다. 진전을 이루어냈다면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돌아봐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일본 정치인 때문이다. 극우노선을 걷는 아베 신조 총리와 일부 일본 정치인이 1993년 8월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죄한 고노담화를 부인하면서 시작됐다. 그 흐름은 1995년 8월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담화의 부정으로 이어졌다. ‘침략과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이 피해국의 반발과 세계 지성인들의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두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지식인 281명이 일본 정부에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해결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일본이 무라야마·고노담화의 정신으로 돌아가면 문제는 간단히 풀린다. 아베 정부가 잘못된 극우 정서에 기대 권력기반을 확장하려 하고, 일본 국민을 호도하니 실타래는 더 꼬인다.

역사 사실은 지우려 한다고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입맛에 따라 왜곡하고, 없던 일처럼 꾸미고자 하면 거짓을 부르고, 종국에는 신뢰를 잃게 된다. 한국 국민이 일본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 것은 입발림 말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럴 듯하게 말하고, 돌아서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말을 뒤집으면 믿음은 산산조각 난다. 일본 외무성의 반응에서 비슷한 맥락이 읽힌다. 아베 총리는 한·일 수교 50년을 맞는 올해 8·15담화에 ‘진솔한 사죄’를 담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을 바꾸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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