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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쇼크' 확산… 경제 전반 피해 눈덩이

입력 : 2015-06-14 20:14:58 수정 : 2015-06-14 23: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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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서비스업 등 내수 직격탄, 제조업도 생산 위축 조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제·산업계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메르스 감염 우려로 소비주체들이 외부 접촉을 꺼리면서 음식, 숙박, 관광, 문화, 오락업 등 내수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체도 메르스 감염 우려로 생산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융업계에서도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제 전반으로 퍼진 메르스 충격


메르스 사태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통업체와 놀이시설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2일 이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특히 메르스 감염자 발생지역에 자리 잡은 동탄점과 평택점은 각각 28%, 24% 급감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각각 12%가량 매출이 줄었다. 지난달 매출이 늘며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했던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도 이달 1∼10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감소했다.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문화센터 강좌도 타격을 입었다. 여름학기(7∼9월) 문화센터 수강생을 모집한 홈플러스는 정원의 약 20%가 취소했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아예 문을 닫았다. 롯데백화점은 분기별로 개설하는 문화센터 강좌의 6월(1∼3일) 취소율이 10%에 달하자 오는 26일까지 휴강조치를 내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임산부와 영·유아 등과 관련한 아카데미를 전면 중단했다.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놀이공원도 한산해졌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는 주말인 13∼14일 4만6000여명이 다녀가는 데 그쳤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달 첫째 주 주말보다 입장객이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40%가 줄었다”며 “당장 매출 피해를 집계할 수는 없지만 타격이 온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내수 시장을 떠받치는 한 축인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 취소가 급증하면서 관광객으로 붐비던 명동, 동대문 등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6월 첫째 주 카드매출이 5월 첫째 주에 비해 10% 가까이 감소했다”며 “세월호 때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관광객까지 급속도로 줄고 있어 타격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소비 감소도 걱정이지만 생산 현장에 메르스가 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공장 등 생산라인에 메르스 감염자가 나오면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도 메르스 불똥이 튀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에서는 이미 90명 정도의 임직원이 격리돼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격리자 상당수가 35번 환자(의사)가 참석했던 재건축조합 설명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라며 “메르스 감염환자가 나온 병원 건물 안에 입점한 은행의 경우 거래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폐쇄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은 방문고객이 평소보다 20∼30% 줄고,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4679만388건으로, 지난해 대비 34% 정도 늘어난 수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해 예정된 행사와 투자를 그대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제 충격, 세월호·사스보다 클 듯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고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나 신종플루 등 과거 다른 외래 전염병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2003년과 2005년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았으나, 지금은 우리 경제가 수출과 내수 부진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도 성장이 둔화된 지 오래다. 메르스라는 악성 바이러스를 이겨낼 만한 안팎의 체력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과거 사스 발생 당시 홍콩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그 여파로 우리나라 관광객까지 전년 대비 40%까지 감소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엔저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에서 메르스까지 덮쳐 관광객의 감소폭 확대가 사스 발생 당시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오는 8월 말까지 3개월가량 지속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직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지만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둔화됐던 경험을 되짚어봐야 한다”며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만으로는 효과가 충분치 않거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재정의 조기 집행 및 추가적인 재정 집행 역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황계식·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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