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 “외부 기관은 중복 투자 등 비용 부담 커”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 후 법안에 맞춰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를 설립하기 위해 통합 신용정보집중기관 추진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다.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은 그간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5개 금융협회에서 관리하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게 된다.
다만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외부에 신설할지, 은행연합회 내부의 독립기관으로 만들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외부 기관 신설이 옳다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롭게 만든 외부 기관이 신용정보를 더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협회들은 각 금융사로부터 운용비를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카드 사태’의 여파로 만들어졌다. ‘카드 사태’는 카드사 등 금융사들의 허술한 관리로 고객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된 사안이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신용정보 관리가 요구된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 사태’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아닌 공적 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만약 내부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는 은행연합회 내부에 독립 기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은행연합회 측은 외부 기관에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외부에 새로운 기관을 만들 경우 약 200~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이는 결국 각 금융사들이 나눠서 내야 하므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외에도 중복투자 비용이 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은행연합회 등 신용정보 관리 인력이 새로운 기관으로 옮겨가야 하는 부분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 인력은 70여명, 그 외 4개 협회에서 20여명으로 총 100명 가량이다. 이들이 외부 기관으로 옮겨야 하는데, 막상 닥칠 경우 이직을 거부할 위험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연합회 노동조합이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외부 기관 설립’ 찬반 투표에서 ‘반대’ 100%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설령 무사히 5개 금융협회 인력이 신설 기관으로 이직이 완료된다 해도 서로 출신이 다르다보니 내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30여년간 신용정보 관리 업무를 수행해 전문인력과 노하우가 꽤 쌓였다”며 “그간 별다른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므로 은행연합회가 계속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공적 기관이 국민의 신용정보를 관리할 경우 국민에 대한 감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민간회사가 관리하니 불안하다는 이유로 정보 유출의 문제만 생각하다가 정부가 '성'을 쌓는다면 경찰국가의 가능성이 농후해진다"며 "근본적으로 개인정보를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정보보호 차원에서 염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소비자들의 신용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면서 “정부가 그 정보를 국민 감시에 활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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