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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가르치고 문화도 소개… '지한파'들 양국 우호 앞장

입력 : 2015-06-17 21:26:27 수정 : 2015-06-17 21: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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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교 50주년] 〈4〉 日 시민사회 숨은 노력
지난 13일 오후 7시 도쿄 신주쿠문화센터에서 작은 강연회가 열렸다. 객석 200개를 가득 메우고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과 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들. 무대 위에서 이들에게 자신이 한국어를 공부하며 겪었던 일을 들려주는 사람은 한류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59)였다. 그는 한·일 합작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고, 한국을 소개하는 책도 썼다. 구로다는 “말은 도구다. 중요한 것은 동기”라며 자신이 영화배우와 탤런트로 활동하던 1983년 한국 배구 선수의 팬이 되면서 한국에 관심이 생겨 한국어를 배우게 된 사연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날 강연을 들은 야마시타 도모코(山下智子)는 “한국 여행을 좋아해 현지인과 대화하고 싶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지 힌트를 얻은 것 같다”고 좋아했다. 함께 온 네즈 구니에(根津邦榮)는 한류 열풍이 불기 훨씬 전 안중근 의사를 알게 되면서 그의 나라를 더 알고 싶어 한국을 100번 넘게 다녀온 ‘지한파’다. 그는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보면 일본은 싫어도 일본인은 좋아한다고 말한다”며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민간 차원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상 양국 관계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둘은 한국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2PM 공연을 보기 위해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에 갈 계획”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한류전도사’로 불리는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가 지난 13일 훈민정음글로벌협회 주최로 도쿄 신주쿠문화센터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자신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생긴 일들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강연회는 ‘훈민정음글로벌협회’(이사장 스에나가 기쿠코)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마련했다. 2011년 출범한 이 단체에는 현재 일본 16개 지역에 걸쳐 한국어 강사 294명이 연계돼 있다. 120시간짜리 교사양성과정을 거친 이들은 개인 강의, 문화센터 강의, 기업체 강의 등을 통해 6339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종인 훈민정음글로벌협회 사무국장은 “언어뿐 아니라 문화와 전통도 소개하고 한국 방문도 추진하는 등 일본인이 한국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출범한 비영리활동법인(NPO) 일한문화교류회(이사장 이시바시 다쿠마)는 한국어 강좌와 요리교실도 운영하고 있지만 주로 문화교류와 봉사활동을 통해 한·일 간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올해 2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등과 공동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삿포로눈축제와 연계한 ‘한일우정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로 냉각된 한·일 관계를 문화교류를 통해 풀어보자는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배우 조인성, 이광수, 케이팝 그룹 블락비, 씨클라운 등이 참가했다.

일한문화교류회는 지진 피해가 발생한 네팔에 조만간 한·일 공동 봉사단을 조직해 파견할 예정이며, 오는 9월에는 요코하마에서 씨앤블루, 방탄소년단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케이팝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 단체는 동일본대지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5월14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에서 동방신기, 2PM, 비스트 등 16개 팀이 참가한 피해 복구 지원 케이팝 자선 콘서트를 마련해 양국의 우호를 다지기도 했다.

임상균 일한문화교류회 전무이사는 “한·일 관계가 바닥까지 갔으니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며 “문화교류에만 그치지 않고 청소년 봉사 교류, 양국 지자체 간 교류 등으로 확대해 경쟁이 아닌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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