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기관은 소속 공무원 수가 많다 보니 비위 공무원 숫자가 많다는 해명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정기관의 공직기강, 준법의식은 어느 조직보다 높아야 마땅하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3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범법자가 속출하는 사정기관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최근 청와대 101경비단 소속 순경은 심야에 길 가던 여성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음주 단속에 걸린 여성 운전자에게 처벌을 면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고 성추행한 경찰도 있었다. 제복을 입은 공직자 행태로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국세청, 감사원 간부들이 버젓이 강남 유흥업소에서 술접대, 성접대를 받는 세상이니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법하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공무원 성범죄, 음주운전 등에 대한 징계기준을 대폭 강화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런 엄포에도 현장에서 온갖 비위행위가 저질러지는 건 솜방망이 처벌 관행 탓이 크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범죄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국가공무원 3357명 가운데 68%가 감봉 등 경징계를 받았다. 엄격한 잣대로 공직사회 부패부터 쓸어내지 않는 한 부패척결은 헛구호에 그칠 뿐이다.
가뜩이나 요즘 공직사회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세종시로 공무원 조직이 이원화돼 있는 데다 공무원연금 개혁, ‘관피아’ 추방 분위기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구멍 난 공직사회 기강은 민생 불안과 직결된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파문을 겪으면서 우리는 공직사회가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입는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했다. 메르스 고비를 한 차례 넘기고 황교안 국무총리 체제를 갖춘 지금 다시 한번 공직기강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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