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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넌 흑인인데 왜 엘사야?" 소녀 울린 그 한마디

입력 : 2015-06-23 10:57:15 수정 : 2015-06-23 14: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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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춤 배우러 안 갈 거예요. 난 얼굴이 까맣잖아요!”

딸 사마라(3)의 말을 들은 레이첼 무이르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딸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아직 딸의 마음속 상처가 너무 심한 탓에 오히려 섣부른 위로는 부작용만 낳을 거라 그는 생각했다.

호주에 사는 사마라가 의기소침해진 건 지난달 멜버른의 한 쇼핑몰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쇼핑몰 방문은 평생 사마라가 기억할 상처가 되고 말았다.

이야기는 사마라가 엄마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눈구덩이 놀이기구 앞에 줄 섰을 때로 돌아간다. 놀이기구는 쇼핑몰이 '디즈니 이벤트'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당시 쇼핑몰은 디즈니 작품 캐릭터 옷을 입은 아이들로 가득했다. 사마라도 영화 '겨울왕국' 엘사의 옷을 입고 있었다.

대기인원이 많아 사마라와 레이첼은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은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네가 왜 엘사 옷을 입고 있는 거야?”라는 한 여자아이의 말이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레이첼은 고개를 돌렸고, 바로 앞에 있던 한 아이가 사마라의 옷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넌 얼굴이 까만데 왜 엘사의 옷을 입고 있는 거니?”

레이첼은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정말로 여자아이는 사마라의 옷을 가리키며 그를 마구 지적했다.

레이첼은 “아이 엄마에게 ‘이게 무슨 행동이냐’고 물었을 때, 그 여자아이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며 “사마라의 얼굴을 가리키고는 ‘넌 흑인이야, 흑인은 못생겼어’라는 말을 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호주 원주민인 사마라는 ‘흑인’이라는 놀림에 상처받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놀란 레이첼은 딸을 달래기 바빴다. 그렇게 모녀의 쇼핑몰 방문은 악몽이 됐다.


“호주 멜버른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사는 도시로 유명해요. 그날 쇼핑몰에도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요. 제가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게 좀처럼 믿기지 않아요.”

레이첼은 쇼핑몰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고, 그의 글은 ‘좋아요’ 1300개 이상을 받아 급속히 퍼져나갔다. 레이첼의 글을 본 네티즌들이 격분한 건 당연한 일이다.

레이첼은 “세상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 슬프다”며 “인종차별에 희생당한 어린이들은 다음에 커서 자신이 당한 일을 아래 세대에게 돌려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차별받으려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며 “세상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마라의 사연이 알려진 뒤, 이들 가족에게 수많은 격려 편지가 쇄도했다. 특히 그의 이야기를 접한 호주 원주민이자 인기가수 아담 브릭스가 사마라에게 뮤직비디오 출연을 제의했다. 사마라가 출연한 그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대중에 공개됐다.


레이첼은 응원 메시지를 매우 고마워했다.

레이첼은 “그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보고 그냥 지나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편지를 볼 때마다 사마라는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며 “우리 딸은 예전처럼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사마라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한 것 같다”며 “지금 모든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사마라가 다시 춤을 배우러 간 것도 물론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레이첼 페이스북·호주 커리어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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