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끼를 먹더라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이 말 뒤에는 ‘제대로 먹고 싶다’는 뜻이 생략되어 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예쁘게 차려서 먹는 다거나 어떤 음식은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은 수식에 불과하다. 어떤 말이 따라붙든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음식의 질과 구성에 큰 가치를 두고 이를 추구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삼시세끼는커녕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운 일상이 도처에 널려있다. 미디어는 음식을 통해 이에 관한 판타지와 오락거리를 쏟아내기 바쁘다. 시청자들은 옥순봉이나 만재도 같은 조용한 곳에서 하루 세 끼를 지어 먹는 일상을,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내숭 없이 음식을 맛깔스럽게 먹는 모습을, 전문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찾아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 중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그럴 여유까지 내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의 반응이다. 여유로운 일상과 미식(美食)을 내 삶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고 실제로 섭취하게 되는 음식은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다는 일 저변에는 ‘안전한 식사’에 대한 욕망도 숨어있지만 일상의 피로감은 욕망 대신 편안함을 택하게 만든다. 똑똑한 외식 창업자들은 이 틈을 파고 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식포장 전문 브랜드 ‘국사랑’은 집에서 끓이기 힘든 국 요리를 건강하게 만들어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가맹점을 확장 중이다. 발효음식과 사찰음식 대가로 불리는 김춘자 명인을 메뉴 개발 고문으로 삼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저염식 레시피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 국사랑의 모토다. 국사랑은 ‘외식 대신 내식(內食) 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그만큼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전문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춘천닭갈비, 안동찜닭부터 시작해 닭볶음탕, 돼지불고기 등 메인 메뉴도 3인분 양에 만원 초반대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갈비탕과 한우 고기를 통해 이름을 알려온 한식정통레스토랑 ‘하누소’는 지난달 세컨 브랜드인 ‘하누소 갈비살’을 론칭했다. 하누소 갈비살은 한우 갈비살, 차돌박이, 한우 불고기 등 한우 고기를 전문으로 내세운 구이 전문 브랜드다. 생 한우갈비살 150g을 1만 8천원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누소 갈비살에서는 하누소푸드시스템 육가공센터에서 직접 손질해 보낸 한우갈비살만 사용한다. 이와 함께 만원 이하 가격으로 한우 불고기 정식, 왕갈비탕, 한우육개장 등 식사 메뉴까지 선보인다. 품질이 보장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고객 만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하누소 측의 목표다.
한 때는 밥버거 열풍이 뜨거웠다. 많은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이천 원이 넘지 않는 가격으로 따뜻한 밥을 배부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강한 조미료 맛에 질린 소비자들이 떠나가면서 밥버거 유행은 한결 가라앉은 상태다. 보다 온전한 형태의 한 끼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유통기한 3년이 지난 냉동닭발 19톤을 판매용으로 보관한 유통업자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 500만원의 형이 선고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통업자는 해당 제품을 정상가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샀다고 말했다. 그에게 닭발은 음식 재료가 아니라 싸게 사서 적당한 가격에 팔아 치울 수 있는 물건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수록 ‘한 끼를 먹더라도’ 온전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겠다는 소비자 니즈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외식 창업자라면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팀 f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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