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중인 모든 식품의 기준ㆍ규격이 명시된 식품공전(食品公典)에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된 식품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다수의 부침가루 등 분말류, 다시마환 등 환류(丸類) 등이 ‘기타 가공품’에 포함돼 있다.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가 2013년 1∼9월 인천의 재래시장ㆍ약국ㆍ건강식품 판매업소 등에서 ‘기타 가공품’에 속하는 ‘새싹함초환’ 등 모두 100개 제품을 수거ㆍ검사한 결과 83건에서 납ㆍ카드뮴ㆍ수은 등 유해 중금속이 검출됐다.
이 연구결과(기타가공품의 중금속, 부정유해물질 모니터링 및 노출량 평가)는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검사한 ‘기타 가공품’의 납 함량은 0.001∼13.4 ㎎/㎏, 카드뮴 함량은 0.003∼1.2 ㎎/㎏, 수은 함량은 0.001~0.7 ㎎/㎏이었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 장진섭 연구사는 “‘기타 가공품’의 경우 중금속 함량이 아무리 높더라도 이를 부적합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우리가 검사한 ‘기타 가공품’ 100개 제품 중 2개 제품은 납, 다른 2개 제품은 수은 함량이 국내ㆍ외에서 설정된 최대 중금속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기타 가공품’인 환(丸) 제품에서 납이 각각 13.4, 9.5 ㎎/㎏, 역시 다른 환 제품에서 수은이 0.6, 0.7 ㎎/㎏ 검출됐다는 것이다.
‘기타 가공품’에 대한 중금속 허용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른 부류의 식품에 설정한 납ㆍ카드뮴ㆍ수은의 최대 허용 기준은 각각 5.0ㆍ5.0ㆍ0.5 ㎎/㎏이다. 참고로 중국의 납ㆍ카드뮴ㆍ수은의 최대 허용 기준은 1.0ㆍ0.2ㆍ0.3 ㎎/㎏, 일본은 5.0ㆍ1.0ㆍ0.05 ㎎/㎏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다.
이번에 조사된 ‘기타 가공품’ 100개 제품 중 50개 제품이 환 제품이며, 이 50개 환 제품 가운데 45개 제품은 홍화씨ㆍ도라지ㆍ인진쑥ㆍ뽕잎ㆍ헛개 등 농산물을 환으로 가공한 제품이다.
환 제품에 농산물의 최대 중금속 허용 기준(납 0.3 ㎎/㎏, 카드뮴 0.2 ㎎/㎏)을 적용하면 이번에 검사한 45개 제품(주 원료 농산물) 중 32개 제품이 ‘식용 부적합’ 처리를 받게 된다.
또 이번에 검사한 분말류(‘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는 인삼분말ㆍ누에가루ㆍ부침가루 등 모두 35개 제품이다. 이중 해물파전믹스 등 6개 제품에선 납이 0.4∼3.4 ㎎/㎏ 검출됐다. 분말류에서 납이 밀가루 납 허용 기준(0.2 ㎎/㎏ 이하)의 최대 17배까지 나온 셈이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권성희 박사는 “환이나 분말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허용 기준을 충족시키기 힘들어 ‘편법’을 써서라도 ‘기타 가공품’ 등록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현재 ‘기타 가공품’은 이물(異物)ㆍ성상 정도만을 검사하므로 설령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더라도 이를 문제 삼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엄애선 교수는 “‘기타 가공품’의 납ㆍ카드뮴 등 중금속 허용 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2012년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실적 통계집’에 따르면 ‘기타 가공품’은 생산량 기준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에서 실시한 ‘기타 가공품’ 검사건수는 1056건으로 전체 검사건수의 6%를 차지한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노인들을 현혹하거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하는 제품이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된 경우도 많다. 검사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타 가공품’으로 인해 소비자의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팀 임한희 기자 newyork29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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