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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소득 낮을수록 담배 더 오래 피운다

입력 : 2015-06-27 05:00:00 수정 : 2015-06-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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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김모(53)씨는 한 달 용돈으로 30만원을 쓴다. 하루에 1만원 수준이다. 김씨는 “하루 담배 한 갑을 태우니 작년까지만 해도 용돈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였다”며 “하지만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올려 용돈의 거의 절반 가량을 담배에 써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일을 하다 담배 한대 피면서 쉬는 게 유일한 낙인데, 올해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올라 쓸 돈이 확 줄었다”고 덧붙였다.

올 1월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가격이 80%가량 오르면서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담배 사는 데 쓴 돈이 늘어났지만, 소득수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계층에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담뱃값 인상 부담을 견디지 못한 저소득층이 어쩔 수 없이 생계형 금연을 하거나 흡연량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담배를 사는 데 들인 월평균 명목 지출액은 1만785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184원)보다 10.3%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담배 소비지출액은 2012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분기별로 0.7~8.8%씩 감소하다 이번에 담뱃값 인상의 영향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명목 담배 소비지출액을 소득 5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만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담배 지출액은 1분위가 지난해 1분기 1만5142원에서 올해 1분기 1만5063원으로 0.5% 줄었다.

반면 나머지 소득분위는 지출액이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가 1만3296원에서 1만7075원으로 28.4%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4분위가 13.4%(1만6900→1만9171원) ▲2분위가 8.5%(1만7637→1만9132원) ▲3분위가 4.9%(1만7946→1만8831원) 늘었다.

가격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도 저소득층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가팔랐다. 실질 담배 소비지출액이 전체적으로 37.8%(1만5670→9752원) 급감한 가운데, 월 소득 100만~200만원 미만이 47.5%(1만5543→8160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100만원 미만 구간도 41.5% 줄었다. 반면 600만원 이상 소득구간에서는 24.1% 감소에 그쳤다.

전반적인 담배소비 지출액이 증가한 가운데, 담뱃값 인상을 고려한 실제 담배 소비량은 줄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가격이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면서 소비량은 지난해 1분기의 월평균 6.47갑에서 올 1분기에는 3.97갑으로 떨어졌다.

KT&G의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면 담배업계의 지난 1분기 국내 시장 담배 판매량은 126억600만개비로 작년 같은 기간(194억1900만개비)보다 35.1% 감소했다.

판매량은 2000년 이후 2006~2008년을 제외하고는 감소세였다. 작년에만 담뱃값 인상이 예고된 데 따른 사재기 영향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한편, 보통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흡연자들의 금연 성공률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 결과를 인용, 소득이 낮을수록 금연 성공률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1965~1999년 사이 미국의 소득별 금연 성공률 조사를 보면 연소득 9만달러(약 1억원) 이상 고소득층의 흡연율은 62% 낮아졌지만, 연소득 2만4000달러(약 26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흡연율은 같은 기간 9% 감소하는데 그쳤다.

신문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우선 소득이 낮을수록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이 경우 중독물질인 니코틴 흡수율이 높아져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소득에 따른 업무와 주거 환경차이도 중요 원인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대표적인 고소득 직종인 의사가 병원에서 흡연하게 되면 금연을 권유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는 정반대일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덧붙였다.

아울러 금연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혼자 힘으로 담배를 끊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흡연이 부(富)의 불평등뿐 아니라 ‘건강의 불평등’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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