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지원금 ‘별 따기’… 여전히 배고픈 무명 예술인들

예술인복지재단, 6일부터 신청 접수

연극배우 출신 스타들이 토크쇼에서 단골로 올리는 대학로의 고생담은 그들에게는 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많은 예술인들에게는 여전한 현실이다.

얼마 전 배우 김운하가 사망했고, 예술활동만으로는 월 40만원도 못 번다는 조사도 있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사업이다. ‘창작준비 기간 동안 별다른 수입이 없는 예술인의 창작 안전망 구축과 예술역량 고취 및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6일부터 신청(www.ncas.or.kr)을 접수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서울 대학로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창작준비금지원 사업 설명회를 갖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창작준비금지원은 현업 예술인과 원로예술인으로 대상을 나누어 운영된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예술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현업 예술인은 최근 예술 활동 실적자료를 제출하고, 만 70세 이상(1945년 이전 출생) 원로예술인은 예술 경력 기간(1995년 이전)을 확인할 자료를 내야 한다.

예술활동이 증명되면 최저생계비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경제상황을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최저생계비 기준은 1인 가구는 114만1970원이고, 2인 가구는 194만4439원이다. 3∼6인 가구는 251만5423∼422만8379원이다. ‘신청인이 등재된’ 건강보험료 기준은 1∼6인 가구별로 3만8301∼14만1277원이다. 세부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심의위원회를 통해 별도 심의를 받도록 한 ‘기준 외 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예술인 긴급복지지원 지원금 수혜자나, 올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다른 사업 참여자는 신청할 수 없다.

신청은 현업 예술인 대상은 이번 접수를 포함해 3회 이상 진행되고, 원로예술인 대상은 11월까지 매월 기간을 정해서 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원이 결정되면 현업 예술인은 300만원, 원로 예술인은 200만원을 받게 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약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500여명의 예술인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정보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 예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원로예술인들을 위한 사업설명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인들의 어려운 생활 때문에 신청자 수는 예산 범위를 넘어설 만큼 많지만 까다로운 기준, 지원 결정의 지연, 적은 지원금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 예술인단체 관계자는 “신청한 후 2∼3개월이 지나야 지원 여부가 결정되고, 배우자가 있으면 연간 소득이 1000만원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해 기준 자체가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예술인일자리박람회. 상당수 예술인들이 예술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따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지원 기준은 정부나 민간 기구의 저소득층 지원 사업을 참조해 정했고, 그보다 좀 더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며 “예술인들은 경제적인 상황을 따져 지원금을 받은 경험이 많지 않아 이 사업의 기준이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정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외부에서는 시스템이 완비된 상태에서 관련 자료를 내면 자동적으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재단의 사정이 그렇지 않다”며 “제출된 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내용을 입력하는 작업을 적은 인원이 일일이 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예술인들이 이런 자료의 작성에 익숙지 않아 잘못 기입하는 게 절반 이상이다. 신청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02-3668-0200)으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kawf.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강구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