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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끼리끼리 문화’ 만연… 민간법원 엄두 못내는 판결 다반사

입력 : 2015-07-12 19:51:29 수정 : 2015-07-13 0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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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법 적용 잣대 ‘제멋대로’ 1995년 공군 법무관 D씨는 군 내부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병들에게 속칭 ‘원산폭격(머리박기)’이라는 가혹행위와 구타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D씨는 이 문제로 형사처벌은 물론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군내 구타행위를 처벌해야 하는 법무장교에 대해서는 (처벌이) 더욱 엄격해야 하지 않느냐”며 D씨를 감쌌던 공군을 질타했다. 후에 국회의원까지 지낸 D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지금 와서 생각해도 무척이나 잘못된 일”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D씨의 폭행사건이 발생한 지 20여년이 지났다. 군법무관들이 이제는 특권과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공명정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군법무관 E 대위는 2013년 5월 혈중알코올 농도 0.068%의 주취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E 대위는 “앞사람의 음주측정 결과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펴 군검찰로부터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폈는데도 당시 군검찰은 같은 ‘가족’(법무관)이기 때문인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개탄했다. 지난 3월에는 군 사법부가 방산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현역 장교 5명 중 4명을 보석과 구속적부심으로 석방했다. 같은 혐의로 민간법원에서 구속된 민간인 중 석방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방위사업 비리가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석방된 것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사안은 군 사법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일부 법무관들 사이에는 아직도 ‘끼리끼리’ 문화가 있어 민간법원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산하 군 사법체계 개선 소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엄격한 권력분립 원칙에 의해 운용되는 민간법원과 달리 군사법원은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군사재판은 공정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평시 군사법원제도 폐지 및 민간법원 군사부 신설 등을 주장하며 군 사법체계 개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관할관 확인조치권(감경권)’과 ‘심판관 제도’ 폐지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군법무관들의 도덕적 문란이나 기강해이, 직업의식 결여와 같은 현상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와 같은 구조적 요인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군 사법체계 전반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지난해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으로 군 사법체계 개선 여론이 고조되자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군당국이 입법 예고한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안’은 국민적 비판과 개선 요구에 시늉만 낸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일반장교의 재판관 참여를 배제하고 형량 감경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존 폐해를 답습할 여지를 남겨뒀다. ‘고도의 군사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심판관 1인을 재판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에 한해 2분의 1 미만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대표적인 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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