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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미학 찾기’… 작은 화랑의 큰 반란

입력 : 2015-07-14 21:22:30 수정 : 2015-07-14 21: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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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두인 ‘뜻으로 본 한국미술’ 연중기획 요즘 한국 미술시장의 화두는 단색화다. 모두들 몇몇 작고한 작가나 원로 작가의 단색화 작품을 확보하려고 혈안이다. 한마디로 단색화 쏠림현상이다. 국제미술계가 그나마 단색화를 한 시기 한국 미술 특질의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해외 전시나 경매에서 거래되는 품목도 단색화 일색이다. 그동안 크리스티경매 등에서 거래되고 있었던 일부 젊은 작가들의 작품마저도 거래가 끊긴 지 오래다. 최근 만난 해외 미술시장에 밝은 한 인사는 한국 미술의 특질 부재가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우키요에나 망가 등의 전통을 현대미술로 흡수해 일본적 미술을 만들어 냈고, 중국도 유구한 수목화 전통을 현대 신수묵화로 승화시키면서 중국 수묵화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얘기다. 젊은 기획자를 중심으로 이를 타개하려는 움직임들이 최근 들어 일고 있다.

강남의 갤러리두인(대표 김인자)의 연례기획전 ‘뜻으로 본 한국미술’은 대표적 사례다. 미술평론가 김종길(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이 외부기획자로 발탁돼 마련한 전시다. ‘뜻으로 본 한국미술’은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차용했다. 함 선생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통해 한국역사에 나타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했다면, ‘뜻으로 본 한국미술’은 한국미술에 나타난 ‘한국성’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함이다. 

‘뜻으로 본 한국미술’을 기획한 김종길 평론가.
김종길 기획자는 “‘뜻으로 본 한국미술’ 기획은 한국미술에서의 ‘한국성’을 지역화 또는 영토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넓게는 유라시아 그리고 세계 인류의 미적 가치와 어떻게 만나고 교차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미학에서의 한국성을 선명하게 읽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제를 가지고 기획전시를 꾸준히 이끌어 가는 일은 미술관에서도 버거운 일이라 상업화랑의 신선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적 미학’ 찾기에 나선 작은 화랑의 ‘큰 반란’이라는 점에서 한국미술계의 신선한 바람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뜻으로 본 한국미술’의 첫 작가는 이재삼이다.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 달빛(心中月)’을 그려왔다. 달빛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그가 주로 선택하는 것은 소나무, 대나무, 매화, 폭포 등이다.

뜻으로 본 한국미술의 첫 주제는 ‘달빛 아리랑’이다. 기획자는 “아시아의 민족들은 달빛에 기대어 살아왔다. 달력(月曆)은 삶의 체계를 구축했고 생철학의 근원이 되었다. 아리랑은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사람들의 밀물과 썰물이었다. 우리는 이재삼의 작품을 통해 그 세계 너머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기획전 작가로 선정된 이재삼 작가의 ‘달빛’. 목탄으로 그린 소나무가 있는 달빛 풍경이다.
그는 “현대미술은 근대미술과 달리 가전제품 사용설명서처럼 친절한 해설서가 없이는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아주 힘들다”며 “추상적 이미지는 물론이요, 개념적 내용과 형식의 확산 그리고 설치에 따른 해석의 다원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제는 탈장르적 융복합이 대세라 그냥 보아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 개인의 미적 취향과 사유가 ‘객관’이라는 보편성에 기대기보다는 ‘주관’이라는 특수성에 매료된 경우가 많아서 더욱 난해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시현장의 모습은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 작품의 속뜻과 상관없이 전시 테마에 묶어서 다양성이라는 맥락에 포섭시켜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뜻으로 본 한국미술’ 기획전이 오롯이 한 작가의 작품에 집중하는 이유다. 작품도 한 작가의 대표작품 예닐곱 점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드로잉, 사진자료와 리플릿, 도록 등의 아카이브, 그리고 작품의 속뜻을 맵핑으로 보여주는 ‘사유지도’도 전시장에 내걸렸다. 이렇듯 작품을 심도 있게 읽어 보아야만 미술이 가진 상징과 은유, 시대와 현실의 미학을 깊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첫 전시기획전에 발탁된 이재삼 작가는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저는 목탄을 ‘검묵’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드로잉 재료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먹이죠. 사물마다 고유한 형상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 그 고유한 형상의 바깥(너머)이 만들어 내는 빈 공간입니다. 그 어둠, 그 여백,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비경이 있습니다. 일종의 ‘초월’일 것입니다. 그림엔 보이지 않지만 달빛이 있어요. 숲은 신령한 존재로 드러나는데, 달의 빛, 달의 소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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