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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 안녕하십니까] '하루가 전쟁' 맞벌이 부부의 육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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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15 19:52:16 수정 : 2015-07-15 20: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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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 본 '행복과 불행'] "퇴근하면 집안일 하기도 벅차 … 아이 키울 자신 없어요"
정모(34·여)씨는 매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잠이 덜 깨 밥 먹기 싫다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인 뒤 아이의 손을 잡고 친정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정씨 부부가 출근한 낮 시간 동안 아이는 친정어머니가 돌본다. 정씨는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데가 있는 것만도 어디냐’며 자신을 달래 보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도 미안함이지만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도 모른 채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묻는 사람들을 만나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그는 “둘째를 또 친정어머니에게 맡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부가항목 조사결과’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1182만5000가구 중 43.9%인 518만6000가구가 맞벌이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가까이 맞벌이를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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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일과 육아의 양립… “차라리 안 낳을래요”

언니의 모습을 지켜본 정씨의 동생(30)은 일찌감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지난해 결혼한 동생 정씨는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아직 시부모나 친정부모께는 말하지 못했지만 부부간에는 합의가 된 상태다. 하지만 정씨는 “처음에는 아이를 낳지 말자는 데 동의했던 남편이 은근 아이를 갖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일과 육아 양립이 어려운 이유는 남녀 간 가사노동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13분이었다. 맞벌이의 경우 평일에 못했던 가사를 주말에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의 가사노동 시간은 평일보다 각각 46분, 52분 많았다. 이런 탓에 맞벌이 여성의 여가활동 시간은 전업주부 여성보다 1시간48분 짧았다.

하지만 맞벌이 남성이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은 41분에 불과했다. 맞벌이 남성은 여전히 가사노동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가정 생활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분담 만족도 조사 결과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여성이 23.4%로 남성(8.2)보다 3배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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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 ‘할빠’… ‘황혼육아’ 새 풍속도로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자를 돌보는 황혼 육아도 급증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합한 ‘할마, 할빠’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510만가구 중 절반가량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자녀를 키워 장성시킨 경험이 있지만 노년층에게 손자 양육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자 양육에 나섰다가 골병이 들거나 오히려 자녀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외손자를 돌보고 있는 박모(54)씨는 “첫 손자라 처음에는 기꺼이 내가 키우마 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며 “허리가 안 좋아지고 요새는 소화도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뿐 아니라 양육 방법을 두고 자녀와 불거지는 갈등 스트레스로 조부모들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서울 한 보건소에서 열린 `우리손주 육아교실`에 참여한 할머니들.
연합
이에 따라 ‘할마, 할빠’들을 위한 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에서 조부모를 위한 육아교실을 속속 열고 있다. 수유, 기저귀 관리, 목욕 등 아기 돌보는 법과 아이의 건강관리와 응급처치 등이 주요 과목이다. 이 같은 육아교실은 모집 공고가 올라가기 무섭게 정원이 가득 찰 정도다. 일부 산부인과 전문병원도 임산부들의 요청에 따라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노년층의 양육이 느는 이유는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소정 경희대 교수(아동가족학)는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은 너무 광범위한 문제”라며 “전반적인 제도 개선과 더불어 우선 믿고 맡길 만한 보육 시설이 확충된다면 맞벌이 부부들의 출산율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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