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승인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제일모직 건물에 간판이 걸려 있다. 남정탁 기자 |
이번 결정으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물론,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 성장을 주도할 ‘투톱’으로 우뚝 서게 됐다.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등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최치훈·김신 사장과 제일모직 윤주화·김봉영 사장은 CEO 공동메시지에서 “이번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며 “양사의 사업적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가치를 높여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 통과를 알리고 있다. 김범준기자 |
오는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은 시가총액 35조원 규모의 거대 지주회사가 된다. 시총 순위로 따지면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먼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동시에 얻게 된다. 아울러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정보기술(IT·삼성SDS) 부문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미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그룹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 부문에서만 2조원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합병법인은 9월4일 기업결합신고와 합병등기를 완결하고, 9월15일 합병신주를 상장한다.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진행요원들이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 승인 건에 대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삼성생명과 금융 계열사 등 두 축으로 단순화된다.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순환출자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재계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해 온 삼성그룹의 최근 행보를 ‘포스트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는 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마찬가지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16.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두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5.51%를 보유한다. 최대주주 일가가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지분 30.79%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특히, 이 부회장은 신수종 사업 외에도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키웠다. 최대주주 비중이 큰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합병 효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3.4%)과 이 부회장(0.6%)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와 더하면 8% 정도의 직간접 지배력이 생긴다. 이 부회장 개인으로 봐도 기존의 삼성전자 지분 0.6%가 4.7%로 커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면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과 계열사 등 최대주주 지분이 50%가 넘지만, 삼성전자 지분은 없다.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더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국,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지배력을 그대로 승계하면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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