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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처럼…탈옥범이 밝힌 탈주극의 전모

입력 : 2015-07-21 17:24:31 수정 : 2015-07-21 17: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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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현지시간) 발생해 범인들이 잡히기 전까지 22일 동안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욕 클린턴 교도소 탈주극의 전모가 탈옥범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붙잡힌 탈옥범 데이비드 스웨트(34)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당시 탈옥이 6개월 이상의 치밀한 준비와 약간의 행운, 그리고 교도관들의 나태함이 만들어 낸 ‘현대판 쇼생크탈출’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클린턴 교도소에서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었던 스웨트는 감방 뒤편 벽에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매일 밤마다 탐험에 나섰다. 구멍 안으로는 초기 기독교도의 피난처가 됐던 로마 지하묘지 카타콤 같은 터널이 나 있었다. 그는 교도관들이 잠에 취해 있느라 밤마다 자신이 사라지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새벽 5시30분, 아침 점호가 실시되기 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감방에 돌아왔다.

탈옥 루트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은 지난 겨울부터 시작돼 올 봄과 초여름까지 이어졌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마침내 교도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지하 루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웨트는 “밤마다 미로를 헤매고 다니면서 이미 지루한 감옥생활에서 벗어난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탈옥을 구상해 왔던 스웨트의 계획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월 그가 공범인 리처드 맷(48)의 옆방으로 옮겨진 직후부터라고 한다. 그는 쇠톱날을 이용해 자신의 감방 구멍에서 맷의 감방 뒤편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료 수감자로부터 “톱질하는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맷은 자신의 수준급 그림 실력을 이용해 1명 이상의 교도관을 매수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주고 환심을 사 미술용품을 반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맷은 톱질 소음이 캔버스 틀을 짜느라 발생한 소리라고 주변에 둘러댔다.

탈출 통로 개척은 주로 스웨트가 담당했다. 그는 매일 밤 11시30분 인원점검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멍 안으로 들어가 파이프를 타고 돌아다녔다. 어느 순간 그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이 길을 1994년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사용됐던 탈출 루트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루트는 막다른 길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스웨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터널 안에서 교도소 외곽 담장 밑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발견했다. 파이프를 따라가다 보면 교도소 담장 건너편 6m 지점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는 쇠망치 등 몰래 반입한 수공구를 사용해 터널 벽을 뚫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 과정에서 옷이 더러워질까봐 작업 전용복을 따로 한벌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벽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작업 진도가 너무 느렸다. 이 때 행운이 찾아왔다. 5월4일을 전후해 교도소가 난방을 중단한 것. 그는 벽을 뚫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난방용 파이프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는 걸레를 이용해 손잡이를 단 쇠톱을 이용해 파이프를 잘라 마침내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작업을 마친 스웨트는 맷과 함께 탈옥 예행연습을 했다. 터널은 교도소 밖 맨홀 뚜껑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탈옥범들은 교도소를 탈출한 이후에 대해서는 거의 대비하지 않았다. 자신들과 내연 관계였던 교도소 여직원 조이스 미첼이 교도소 밖에 차량을 대기시키기로 했으나, 탈옥 당일인 6월6일 미첼은 나타나지 않았다. 탈옥 사실이 알려지며 수백명의 주 방위군과 교도관, 경찰관들이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함께 움직이던 스웨트와 맷은 서로 떨어져서 포위망을 피하기로 했으나 26일 맷이 연방수사국(FBI)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캐나다 국경에서 2.4㎞ 떨어진 지점까지 달아났던 스웨트도 이틀 뒤 뉴욕주 경찰관한테 붙잡혔다.

이 일로 클린턴 교도소장과 2명의 고위직 관료, 9명의 교도관이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고, 범행을 도운 여직원 미첼은 교도소 금지품 밀반입과 범죄 조장 등 혐의로 기소됐다.

스웨트는 경비가 삼엄한 뉴욕의 다른 교정시설에서 독방에 감금된 상태다.

스웨트와 맷은 처음 탈옥에 성공한 뒤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가 연기했던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20년 동안 걸린 걸 우린 10년 만에 해냈어”라며 환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많은 탈옥범들처럼 이들 탈옥극의 결말은 쇼생크 탈출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유태영 기자, 사진=뉴욕 주정부 제공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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