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새 수출 비중 30%P나 ‘껑충’
韓, 현상유지 급급… 1.4%P↑ 그쳐 “중국은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지만 제품 면에서는 95%까지 따라왔다. 일본도 엔저를 등에 업고 적극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201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세계 가전시장 판도를 이렇게 진단했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추격을 우려한 발언이었는데, 실제로 세계 6대 TV 메이저에 속한 중국의 하이센스는 최근 6년 새 매출액이 412%나 성장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가전업체는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반면 한국 업체는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보고서 ‘한국 가전산업의 한·중·일 국제경쟁력 비교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한·중·일 기계·전자제품의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분석, 경쟁력을 진단했다. RCA는 특정 상품의 비교우위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지표로 1보다 클수록 비교우위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중국의 RCA는 2009년 1.86에서 2013년 2.1로 12.9% 올랐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은 1.75에서 1.78로 1.7% 상승하는 데 그쳤고, 오히려 일본은 1.59에서 1.56으로 퇴보했다. 실제로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전자제품 수출 비중은 1992년 2%에서 2014년 32%로 급증했다. 한국의 비중은 4.8%에서 6.2%로 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일본은 19.6%에서 5.9%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중국 전자제품의 열풍은 우리 시장에서도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싸고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샤오미를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면서 오프라인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샤오미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와 체중계의 판매량은 두 달 전보다 각각 81%, 292% 성장했다. 샤오미의 스피커와 셀카봉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97배, 50배 수준까지 급증했다. 덕분에 이 사이트의 휴대전화 배터리 부문 1∼5위는 모두 샤오미 제품이 차지했고, 건강측정계 부문 역시 1위에 올랐다. 샤오미의 USB 선풍기는 휴대용 선풍기 부문 2위에, 액션캠 시리즈는 캠코더 부문 3, 5위에 올라 있다.
옥션에서도 지난 17일 기준 외장형 배터리, 스마트헬스케어, 체중계 부문 판매 순위 1위는 모두 샤오미가 차지했다. CJ몰에서도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샤오미 체중계는 지난달 5일 이후 줄곧 체중계 부문에서 최다 판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샤오미 휴대전화 배터리는 7개월 동안 주문 수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권세훈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가전은 사물인터넷(IoT)과 전자제품을 융·복합한 제품과 첨단 센서 기술을 이용한 고급제품 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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