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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빚을 부르고…수렁에 빠진 청년층

입력 : 2015-08-04 20:10:58 수정 : 2015-08-04 21: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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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학자금 대출 10조7000억
2010년말보다 2.9배 늘어나
주택대출도 6조… 2년새 50% ↑
직장인 김모(30)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2500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이따금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도 했으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빚 없이 용돈과 등록금을 감당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수 없어 학기당 100만원의 생활비 대출도 받았다. 취업이 되지 않아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한 추가 학기 두 번의 등록금도 대출로 충당했다. 빚은 소리없이 쌓여갔다.

4년 전 취직한 김씨는 빚부터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2년 동안 돈을 모아 대출을 청산했다. 한동안 빚 걱정 없이 살던 그는 얼마 전 은행을 찾았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씨가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모아 놓은 돈을 빼고 1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빚을 더 내 집을 사는 것도 고민 중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빚더미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며 “또다시 빚을 내고 갚을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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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년들이 좀처럼 빚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번 빚을 내기 시작한 청춘들은 인생의 주요 변곡점마다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빚으로 빚을 갚다 파산위기에 처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5학년도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약 667만원이다.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한 달 평균 지출은 56만7000원이다. 1년에 1500만원 가까운 돈이 있어야 대학에 다닐 수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558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1년 내내 하루에 7시간씩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액은 10조7000억원으로 2010년 말(3조7000억원)보다 2.9배 증가했다. 4년 동안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25만원에서 704만원으로 늘었다.

여기에다 취업 ‘사교육’ 부담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취업준비생(792명)의 44.3%가 취업컨설팅 등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관련 비용은 월평균 30만원이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춘추관에서 진행된 8월 경제정책 브리핑에서 ‘그동안 정부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기조였다가 최근 빚을 내지 말라는 기조로 변했다’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 대출규제가 너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바로 잡는 노력을 했던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그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 말라 하는 식의 정책변화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어렵사리 취업을 하면 결혼이 기다리고 있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 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당 결혼자금은 주택 비용을 포함해 평균 2억3798만원이다. 2억원 이상을 조달하려면 또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주요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서 2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6월 4조397억원에서 지난 6월 6조415억원으로 4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47조6148억원→61조8973억원) 대출액도 29.9% 증가했다. 40대(12.5%), 50대(9.6%) 등 다른 세대에 비해 청년층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이는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층이 전세 대신 매매를 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30대의 주택매매거래량은 지난 2분기 34만743건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39.1%, 전분기보다 18.3% 증가했다.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분기별 거래량으로는 최대다. 

신용회복위원회 명동상담소에서 한 연체자가 다중채무자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을 받기 위해 상담하고 있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일찌감치 빚에 내몰리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위기에 처한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1996명으로 전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의 워크아웃 신청자는 모두 줄어들었는데 20대만 유일하게 늘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자산축적이 필요한 20∼30대에 대출을 과다하게 받게 되면 이자 상환 등의 부담으로 저축이 어렵게 된다”며 “은퇴 이후나 노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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