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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주변 지역 건축 제한·높이 규제 합리화

입력 : 2015-08-06 20:56:43 수정 : 2015-08-07 01: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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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현상변경허용기준 재조정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의 오산리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지만 특별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오산리에서 신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된 것은 1977년이었다. 1981∼87년 발굴 조사가 이어졌고 ‘동해안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밝혀준 최초의 유적’,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이란 결론이 내려져 1997년 사적 394호로 지정됐다. 오산리 유적의 사적 지정과 함께 문화재 자체와 주변 경관 보호를 규정한 법령에 따라 주변 62만여㎡ 정도가 건물 신축이 제한되는 ‘원지형보존구역’(26만7000여㎡), 건물높이 규제 적용구역(35만9000여㎡)으로 정해졌다. 개발행위가 사실상 제한됐고, 오산리 유적 일대는 지금도 전답이 대부분이다. 사적 지정 전에 들어선 근처 대형 리조트가 해변을 끼고 성업 중인 것을 감안하면 개발 여지가 충분한 곳이라 과잉규제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용기준’을 재조정해 오산리 유적의 원지형보존구역 2만2000여㎡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규제를 풀었다. 물론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문화재구역을 확보해 문화재 자체와 주변 경관의 보호를 위한 공간은 남겨두었다.

문화재청 이유범 보존정책과장은 “오산리 유적이 인근 바다를 터전으로 생활한 신석기인들의 흔적이기 때문에 바다와의 연계성 확보를 위한 원지형보존구역을 남겼다”며 “배후지도 적절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 구역을 해소해도 유적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왼쪽 아래 조그만 숲이 오산리 유적이고, 왼쪽 하얀 건물이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이다. 화면 안 대부분 지역이 최근까지 유적 보호를 위해 개발행위가 제한되었으나 최근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재조정함으로써 박물관 위쪽 구역은 개발이 가능해졌다.
문화재청 제공
양양군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근의 오산해수욕장 등과 연계한 민박촌, 상권의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마침 해당 지역 개발을 제한하던 도립공원 관련 규제도 풀 예정이어서 지역경제 활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현상변경허용기준의 재조정은 오산리 유적을 포함한 전국에 산재한 1854건의 문화재 소재 지역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문화재청은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 높은 500여건에 대해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허용기준을 시범적으로 조정한 30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건축규제 면적 중 33.5%에 대한 규제가 해소되고 원지형보존구역은 현재보다 18.3%포인트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문화재 주변 지역의 건물 신축 및 구조 변경 제한, 개발행위 규제가 엄격해 재산권 침해 논쟁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에 접수되는 규제 관련 민원의 84%가 문화재 주변 현상변경과 관련된 것이었다. 문화재보호법을 ‘악법’ ‘깡패법’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지정문화재가 주변에 생기면 해당 지역 거주자나 토지소유자들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현실이다. 

강원도 양양 오산리 유적과 이곳에서 출토된 어업 관련 유물. 오산리 유적은 동해안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밝혀 준다는 점 등의 중요성으로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제공
현상변경 검토기준을 문화재 유형별로 세분화한 것도 눈에 띈다. 현상변경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그간의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일단 문화재를 궁궐, 관아, 객사, 선사유적, 천연보호구역 등 26개 유형으로 나눈 뒤 각 유형 특성에 따라 ▲장소성(문화재 원위치 여부와 개발 가능성 등의 고려) ▲왜소화(주변 지역에서 문화재의 중심성 여부) ▲조망성(문화재와 주변 경관의 조화 여부) ▲마루선(문화재 배후 환경 보존 여부) ▲일체성(문화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환경의 보존 여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오산리 유적의 경우 주변 지역의 개발 가능성이 크다는 ‘장소성’과 바다와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일체성’을 고려해 판단을 내렸다.

이번 조치에서 ‘규제 완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규제 지역이 일률적으로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희궁지(사적 271호)는 원래 2만4000여㎡가 원지형보존구역이었으나 허용기준을 조정할 경우 4만3000㎡로 오히려 커진다. 전남 강진의 영랑생가(중요민속문화재 252호) 역시 6만2000㎡의 원지형보존구역이 15만3000㎡로 확대된다. 발굴이 안 된 채 개발이 이미 진행됐으나 유적지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가능성이 큰 지역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문화재 주변 지역에 이미 들어선 건물이 헐리는 등 보호조치의 여력이 생길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개발과 보존 갈등이 있는 500건의 허용기준 재조정을 내년까지 마치고 지방자치단체 소관의 허용기준을 2017년까지 정비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양양=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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