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김태호 교수는 ‘밥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란 제목의 글을 이렇게 끝맺는다. 1950년대 이후 벼품종 개발의 역사를 훑은 끝에 내린 결론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1950년대 냉전체제가 세계질서로 자리 잡을 무렵 미국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신생독립국들이 공산주의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데 골몰했고, 절대 빈곤을 해결함으로써 신생독립국의 ‘적색혁명’을 해결하려 했다. 당시 미국의 록펠러재단, 포드재단 등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농업 발전을 위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했다. 그 결과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도 강한 새로운 벼품종인 ‘IR8’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70년대 통일벼 생산은 쌀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며 농촌개발정책은 물론 공업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통일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 가던 1980년대에는 쌀소비량 감소라는 새로운 흐름도 생겨났다. 경제개발과 서구화 여파로 한국인 식생활 전반이 바뀌게 되어 쌀의 위상도 변했던 것이다.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1982년 156.2㎏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 2012년에는 69.8㎏까지 떨어졌다.
김 교수는 이 글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최로 7일 열리는 ‘주제어로 보는 광복 70년과 한국인의 삶’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토지’ ‘주택’ ‘상품’ ‘쌀’ ‘학교’ ‘주민등록’ ‘가족’을 한국인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주제어로 삼아 광복 70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한국인의 삶을 조명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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