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마 에이지 지음/김범수 옮김/동아시아/1만6000원 |
‘일본 양심의 탄생’에서 그려지는 주인공은 오구마 겐지(小熊謙二·91)다. 일본 사학 명문 게이오기주쿠대 교수인 저자는 아버지 오구마 겐지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비판한다.
1945년 2월 시베리아에서 포로로 잡히기 직전 장교 복장의 오구마 겐지. |
일본 NHK TV와 인터뷰하고 있는 오웅근씨. |
전쟁에서 돌아온 겐지는 단 한 번도 군국주의자와 자민당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난징대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책으로만 세상을 배운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몸으로 겪은 전쟁은 그만큼 아픈 상처였다. 수용소에서 돌아온 직후 50년대 초반에는 사회당, 공명당에 투표했다. 사회주의에 기대지는 않았으나 ‘보수 정당의 발목을 잡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000년 2월 두 사람은 패소했다. 도쿄지법은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냈다.
이 책 저자인 아들 오구마 에이지는 2014년 4월 베스트셀러 ‘사회를 바꾸려면’을 내면서 양심을 저버리는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저자는 ‘전범국가 일본’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며 우익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일생 동안 길러온 양심의 힘이 절실한 이 시대를 살고 있다. 겐지는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는 그와 동시대에 있다. 8월 15일 이 책을 통해 겐지와 한국인들의 양심은 한데 모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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