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이슬람 세력 충돌… 막전막후 생생히 엿보다

‘천년의 제국’ 철옹성 수도 콘스탄티노플 함락되기까지

로저 크롤리 지음/이재황 옮김/산처럼/2만2000원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로저 크롤리 지음/이재황 옮김/산처럼/2만2000원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은 15∼16세기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가 맞대결을 벌였던 현장을 전한다. 지금부터 560여년 전의 세계적 대사건이었다.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격돌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책을 통해 향후 두 세력 격돌의 향방을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콘스탄티노플의 성곽 안팎을 묘사한 그림으로, 이 도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번성했던 곳이다.

강성했던 고대 로마는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과 내부 분열로 5세기쯤 멸망했다. 이어 콘스탄티누스 1세가 비잔티온(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의 그리스 식민지에 제2의 로마 수도를 건설했다. 그래서 비잔티움제국을 동로마제국이라고도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들은 고대 로마를 서로마제국으로 칭하기도 한다. 후에 비잔티온은 콘스탄티노플(황제의 도시)로 바뀐다. 6∼7세기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로 성장해 지중해와 이집트, 북아프리카를 정복하면서 고대 로마의 영토를 대부분 석권한다. 비잔티움제국은 이후 1000년을 지속한다. 상업 거래가 활발한 위치에 있어서 오래 갈 수 있었다. 역사상 제국이 그렇듯이 비잔티움제국은 12세기 이후 과도한 영토확장 전쟁과 이슬람과의 갈등으로 붕괴되기에 이른다.

‘비잔티움’이란 용어는 1557년 독일 역사학자 울프가 처음 사용한 이후 몽테스키외 등이 인용하면서 일반화되었다.

1453년 봄까지 1123년 동안 콘스탄티노플은 23번이나 포위됐으나, 한 번만 함락당했다. 제4차 십자군의 기독교 기사들에 의해서였다. 콘스탄티노플은 교역과 방어, 식량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비잔티움제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곳이었다. 이슬람세력 역시 당시 세계의 중심인 유럽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도시를 정복해야만 했다.

콘스탄티노플(비잔티온)을 함락한 오스만투르크의 메흐메드2세가 성에 입성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산처럼 제공

콘스탄티노플 포위전은 이슬람 측으로선 성전이었다. 예루살렘에 이어 콘스탄티노플까지 점령하라는 신의 명령이 전쟁의 명분이었다. 지금도 그렇듯이 두 신앙의 양태는 전혀 달랐다. 이슬람교는 추상적인 단순함이 특징이었다. 해를 볼 수 있다면 어디서나 치를 수 있는 간편한 숭배의식을 했고, 신과 직접 접촉한다고 여겼다. 이에 비해 비잔티움제국의 정교회는 세련되고 화려했으며 신이 보내준 아들(예수)을 신봉했다.

양쪽은 똑같이 유럽을 자신의 신으로 개종시키려 골몰했다. 똑같은 신을 두고 자기네 하나님이라며 싸운 꼴이었다. 그러나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1123년을 이어온 비잔티움제국은 몰락하고, 오스만제국은 18세기까지 전성기를 누린다. 이 도시의 함락은 동서 대결의 변곡점이 되었다.

저자는 당시 함락 상황을 가장 세밀하게 그려낸 작가로 평가된다. 포위전 이전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세계의 역사적 상황을 짚어주고, 포위전의 준비 과정과 전투 상황, 포위전 이후에 벌어진 일들까지 상세히 정리했다. 동서양의 대결은 이제 차원을 달리하면서 또 다른 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비잔티움제국이 무너지는 날 발생한 갖가지 천재지변도 이슬람 세력을 공포에 몰아넣었다고 전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