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나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전파되는 피싱사기 정보들이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전파되면서 익숙한 문구가 된 지 오래다. 익숙하면 둔감해지는 법인데도 이런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일말의 불안감이 찜찜하게 남는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KBS에서 경고한 메시지”로 “신종사기 수법”이라느니, “피해자가 수천명 발생했으니 빨리 전파해달라”는 식의 문구가 삽입되는 탓이다.
그러나 모두 엉터리 피싱사기 정보들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문자수신을 누르자마자 돈이 빠져나간다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김용실 금융사기대응팀장은 20일 “이런 식의 피해 사례는 확인된 게 없다”면서 “피싱사기라는 게 거짓말로 개인정보를 빼내 재산을 갈취하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과정 없이 돈을 빼내간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거나 동영상 이메일을 클릭했다고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갈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이런 정보들은 모두 헛소문으로, 그야말로 찌라시 수준”이라고 말했다. 피싱사기란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해 남을 속여 개인정보를 ‘낚아올린’ 뒤 재산을 빼내는 범죄를 말한다.
정확한 피싱사기 정보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예방하는 순기능을 한다. 반면 이런 엉터리 정보들은 막연한 불안감과 사회적 불신만 조장한다는 점에서 공중질서의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왜 굳이 이런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일까. 김 팀장은 “피해자가 없다보니 최초로 누가 유포했는지 추적하기가 쉽지 않고, 괜히 헛소문 유포를 더 부추길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엉터리 정보 유포가 단순한 장난일 수도 있지만 피싱사기를 위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범죄 목적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의 불안감이 커지면 사기세력이 그 불안감을 이용해 피싱사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분석한 피싱사기의 특징을 보면 사기범들은 대체로 검·경, 금감원 등을 사칭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거나 “범죄에 연루됐다”는 거짓말로 피해자의 불안감을 자극해 개인정보를 낚고 재산을 빼낸다.
실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것도 특징인데 금융당국은 피싱사기 근절을 위해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대포통장을 사고판다는 광고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기의 매개가 되는 대포통장을 근절해야 한다는 데 여야를 넘어선 폭넓은 지지가 형성돼 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법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특별법안은 대포통장 매매를 광고하는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대포통장을 양수·양도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대포통장 매매 광고에 대해선 처벌규정이 없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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