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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 요란한 자화자찬, 국민체감과 괴리
반환점 돈 朴정부, 功過 뒤돌아볼 때
박근혜 대통령은 2년반 전 취임사에서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제시했다.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라며 경제부흥, 국민행복, 평화통일 기반 구축과 함께 국정운영의 축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세대·계층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며,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으로 창조경제를 견인하겠다”고 했다. 문화정책을 국정과제로 앞세운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박근혜정부는 문화융성 실현을 위한 정책을 폈다. 핵심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정부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이날엔 전국에서 각종 공연이 풍성하게 열린다.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문화융성을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하자는 취지다. 문화융성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지난 5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이 손끝에서 문화를 느끼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직장, 학교 등 어디서나 문화활동 참여자가 되는 것을 넓혀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도 ‘문화가 있는 날’에 문화현장을 자주 찾는다. 국정 최고 지도자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원재연 문화부장
정부는 ‘문화가 있는 날’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문체부가 그제 내놓은 ‘문화융성 성과 및 중점 추진과제’란 자료에는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국민 인지도와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지도는 이 행사가 시행된 지난해 1월 19%에서 지난 3월 40.2%로 뛰었고, 참여기업도 지난해 6월 19개에서 지난 7월 47개로 늘었다고 한다. 국민 만족도는 80%이며 다시 참여할 의향을 밝힌 사람이 96.5%에 이른다.

과연 그럴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화 현장 반응도 차갑다. 수치상으로는 ‘문화가 있는 날’ 인지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벌이는 캠페인성 행사로 국민이 손끝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문화 격차가 좁혀졌는지도 의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최근 펴낸 ‘2014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역 간 문화 격차는 아직도 크다. 문화의 서울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예술활동의 53.9%가 서울에서 이뤄졌다. 예술 활동 건수가 많은 상위 10개 시설 중 6곳이 서울에 있다. 문화 격차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문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현실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문제다.

최근엔 문화융성의 무게중심이 문화산업 쪽으로 쏠리는 기류다. 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의 마중물이자 결과물”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18일 발표한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에서 문화융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신규 거점을 확보하고, 그동안 추진한 문화창조벤처단지 등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의 독립성보다는 산업적 가치에 방점이 찍혔다.

문화와 경제가 별개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과 문화영토 확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를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는 건 경계할 일이다. 부작용이 작지 않다. 문화의 독자성이 훼손되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균형적 접근이 요구된다.

박근혜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았다. 남은 임기에 성과를 내려면 전반기 문화정책의 공과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여주기식 행사에 치중하거나 당장 돈이 되는 분야에만 신경을 쓰는 건 금물이다. 이것만으론 국력의 중요한 축인 문화를 활성화하기 어렵다. ‘문화가 있는 삶’도 요원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문화 기반을 쌓아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문화융성, 아직 갈 길이 멀다.

원재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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