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 불구 제자리 걸음
“북극곰 멸종 위기… 다음은 인간”
한반도 폭염·열대야 지속 증가
명태도 사라져… 위기감 느껴야
환경 위기는 현실이다. 인류의 무관심으로 빙하는 사라지고 북극곰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다음 차례는? 인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시민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개별 국가의 이익 추구가 지구적 차원의 파국을 야기하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 현상이 기후 변화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이 줄지어 개발되고, 의지만 실리면 많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데도 상황이 악화하는 배경이다. 결국 환경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의식개혁에 달려 있다. 세계일보는 인류가 맞고 있는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2014 세계식량·산림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5 세계기후환경포럼’을 열었다.
◆“북극곰이 살지 못하는 지구, 인간도 번성 못해”
차준영(62) 세계일보 사장은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이미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동해의 대표 어종이었던 명태와 정어리는 동해 연근해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고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이 차올라 인구의 25%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경고했다. 차 사장은 “기후환경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는 몇몇 단체나 국가만 관심을 기울일 일이 아니라 전 지구촌이 대응에 나서야 할 어젠다”라며 “이번 포럼이 기후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호주 동북쪽에 있는 섬나라인 키리바시 공화국 아노테 통 대통령(왼쪽)이 27일 서울시를 방문해 류경기 행정1부시장과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선학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통 대통령은 2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윤성규(59) 환경부 장관은 축사에서 “유럽·북미의 야생꿀벌과 컬럼비아강 유역의 연어가 기온상승에 제대로 적응치 못해 대량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면서 “북극곰, 꿀벌 그리고 연어가 살지 못하는 지구라면 인간만 홀로 번성할 수는 없다”고 경각심을 환기시켰다. 윤 장관은 “전 세계 종교지도자들도 기후변화를 위한 윤리적 실천을 촉구하고 나섰다”며 “오늘 포럼이 기후변화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해법을 토대로 국민 개개인이 각자의 삶의 문제로서 기후변화 장정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위해선 정책 투명성 보장돼야”
양수길(72) 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신기후체제’ 협상을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쟁점을 정리하고 정책 제안을 했다.
파리의 신기후체제 협상에서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양 전 위원장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제에 대한 합리적 분석과 투명한 논의의 틀이 설정돼야 하고,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협력방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실질적 감축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후방예측 방식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략수립 기법으로 도입해 궁극적 목표 달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7일 세계일보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2015 세계기후환경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포럼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계일보 한용걸 편집국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권원태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양수길 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차준영 세계일보 사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 김민하 세계일보 회장, 김대경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전문위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이재문 기자 |
양 전 위원장은 “최근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전망 도출 등의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국제 협상에서 약점이 될까봐 정책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정보와 지혜를 최대한 활용하고 효과적인 국제협상을 위해서라도 통계와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선도적으로 나선다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도 소프트파워를 크게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난화로 한반도 폭염, 열대야 일수 증가할 것”
권원태(60)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은 ‘기후환경 과학이 말하는 지구촌의 미래’라는 주제의 발표문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기후변화와 영향을 분석했다. 권 회장은 “기후변화의 원인규명에 관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평가보고서를 보면 인위적인 영향이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온난화의 주된 원인일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산업혁명(1750년) 이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78PPM이었으나 2013년(세계기상기구 발표)에는 395PPM으로 43%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권 회장은 “우리나라는 온난화 경향이 2100년까지 꾸준히 지속돼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김대경(57)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면 단순히 기계를 교체해야 했지만 이제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효율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마트 그리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에 IT를 융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력망이다.
안병옥(52)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윤순진(48)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용성(51)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로 추진해야 할 기후변화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언론을 포함한 민간 부문이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준·이우중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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