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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도우랬더니"···직원작품 매입에 혈세 쓴 한은

입력 : 2015-09-16 10:12:40 수정 : 2015-09-16 10: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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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점 구입에 8천800만원 지출…감정가 3분의 1로 '뚝'
한 직원 작품만 21점 매입하기도
한국은행이 국민 혈세로 마련한 미술품 구입 예산을 내부 임직원 작품을 사들이는 데 과하게 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임직원한테 사들인 작품의 구입가격이 감정가보다 턱없이 높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은 보유 미술품 1천31점 중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사들이거나 기증받은 작품이 55점이다.

이 가운데 18점은 취득가액이 없거나 1천원에 불과해 사실상 한은이 무상으로 기증받았다는 점에서 문제될 소지가 없다.

조순 전 총재가 기증한 서예 작품은 감정가격이 수백 만원대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37점은 취득가액이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900만원 수준이었다.

이들 작품을 사들이는 데 한은이 쓴 돈은 총 8천800만원이지만 감정가격(2012년 기준)은 취득가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다.

900만원에 구입한 동양화 한 점은 100만원으로 떨어졌고, 250만 원짜리 동양화 한 점의 감정가는 1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2년 기준 37점의 감정가는 취득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천870만원에 불과했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감정 없이 친분 위주로 직원 작품을 취득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감정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미술시장에서 한국화의 전반적인 가격이 하락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2006년 이후로는 직원 작품을 새로 사들인 게 없고 정부 부처에 준해 감정평가를 거쳐 투명하게 미술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정 직원의 작품을 집중해서 매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은의 소장품 목록에는 내부 문서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의 작품이 무려 21점이나 포함됐다.

한은 소장품 중 모든 작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작품 수다.

이 때문에 A씨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한국화 중견작가로 활동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편중된 작품 매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A씨 작품 구입에 지출한 돈은 총 5천300여만원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최근 감정가는 1천36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해 말 내부 미술 동호회 지도강사인 B씨가 제작한 병풍을 800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에서는 2011년부터 강화된 미술품 관리체계에 따라 신규 구입·관리 업무가 정부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일원화돼 미술품을 사들일 때 엄격한 평가 및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매 체계가 한은에 적용됐다면 내부 직원의 다수 작품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195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정책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미술계를 지원하고자 한은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미술작품을 매입하도록 한 것이 관행으로 정착했다.

박원석 의원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직원 작품을 고가에 사서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한심한 행태"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매입 경위와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신진작가 공모전을 여는 등 젊은 미술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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