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리스트'에 꼬인 자원개발 비리 수사, 5개월 만에 종지부

석유공사 前 사장 구속기소·광물공사 前 사장 불구속기소

해외 자원개발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왼쪽)과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명박정부 시절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7일 김신종(65)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지난 4월부터 5개월가량 이어진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3월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 개발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했던 ㈜경남기업의 지분을 시가보다 무려 212억원 높은 가격에 사들임으로써 경남기업 측에 특혜를 주고 광물공사에는 그 만큼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12월 경제성이 거의 없는 강원 양양철광산 재개발사업에 12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고에 224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애초 검찰은 김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기소로 선회했다. 다만 검찰이 양양철광산 재개발사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을 주도한 황모(63) 전 대한광물 대표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황 전 대표가 지난 7월 양양철광산 사업 공동 투자자로부터 “사업 추진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9400만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단서를 잡고 그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앞서 검찰이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한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까지 포함하면 검찰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로 2명이 구속기소되고 1명이 불구속기소되는 등 총 3명의 전직 공기업 수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부실기업인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를 무려 4조원이나 들여 인수함으로써 국고에 5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광물공사, 석유공사와 더불어 자원개발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한국가스공사는 형사처벌을 피했다. 가스공사의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 우미악’ 광구 부실 인수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비록 투자 이후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적정한 평가 절차와 내부 검토를 거쳤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며 주강수(70) 전 가스공사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5개월 여에 걸친 검찰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광물공사와 함께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에 참여했던 경남기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그가 자살 직전 남긴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며 검찰은 물론 정가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결국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스스로 물러났고, 차기 대권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홍준표 경남지사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석유공사 수사 과정에선 강 전 사장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논란이 됐다. 검찰은 2009년 10월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석유공사를 감독하는 입장에 있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실시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지경부 2차관이던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역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석유공사, 광물공사 등 대규모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실태와 사장이 전횡을 저질러도 막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이 신규사업에 투자하거나 융자를 결정할 때 사전심사 절차를 법제화해야 하고, 공기업 이사회의 책임 규정도 실질화해야 하며, 이른바 ‘투자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공기업 사장의 폭넓은 재량권을 견제할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