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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살해 여성들… "단순한 우울증 문제 아니다"

입력 : 2015-09-19 15:47:08 수정 : 2016-03-09 1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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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엄마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범행을 저지른 여성들 중 많은 경우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 범죄가 단지 우울증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난 14일 6세 아들을 살해한 뒤 장례까지 치렀던 A(38)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아들이 남편만 따르는 게 미워서 죽였다”고 말해 세간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에 대해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인 김태형 심리학자는 “그 범행동기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본인밖에 모른다”며 “다만 그 말을 전제로 본다면 사실은 아들이 미운 게 아니라 남편이 미운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이 자신보다 훨씬 나약한 어린 자녀에게 전이됐다는 설명이다.

또 A씨의 경우 무언가를 독점하려는 성향도 강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남편에 대한 미움이 강한 상태에서 아들이 자신보다 남편을 더 따르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을 것”이라며 “범행 후 완전범죄를 꾀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인 점 등 우울증 외 심리적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하고 아동학대 등의 범죄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지난 7월에도 있었다. 6세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달아난 B(34)씨도 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는 등 A씨와 공통점이 많았다.

B씨 역시 아들을 살해한 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그는 범행 후 남편에게 화해를 시도하며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 사랑하지”, “나 안 버릴거지”라고 묻는 등 집착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은 “일부 가정주부 중에는 자신의 삶의 이유를 남편과 아이에게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경우 그 관계가 붕괴된 순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가 어긋났다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는 건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며 남편과 아이를 자신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 “이게 안 되면 이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증과 인격장애 등 개인적 원인은 물론 가정의 고립과 육아 스트레스 해소의 어려움과 같은 환경 및 시스템의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나미 서울대 대학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순 있지만 우울증 때문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고 보통 이런 사건의 경우 우울증보다는 인격적 결함과 부모 교육 미비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아파트에서 한 가족만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문제가 있는 가정이 주변의 도움 없이 방치돼 심각한 범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며 “‘자기 자식이니까 잘 돌보겠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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