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증인들 안 나오고 맹탕 질문에 막말… 역시 국감

입력 : 2015-09-21 18:58:05 수정 : 2015-09-21 23:29: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 21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정감사장. 메르스 사태를 집중질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한 별도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메르스 국정감사’는 문형표 전 장관의 불출석으로 종일 진통을 겪다가 파행했다. 여야는 지난 17일 문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으나 당사자는 이날 아무 통보 없이 국감에 불참했다. “국회를 뭘로 보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메르스 특감’은 증인 출석을 둘러싼 여야 공방만 거듭하다 오후 5시15분쯤 흐지부지 끝났다.

#2. 이날 오전 군사법원에 대한 법사위 국감이 열린 국방부 청사. “군사법개혁과 관련해 관할관 제도, 심판관 제도는 미흡하다는 여야 특위 의견이 있는데 세 분의 의견을 달라.”

국감에 출석한 장준규 육군·정호섭 해군·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이날 받은 유일한 질문이다. 충남 계룡대에서 상경한 육해공 참모총장은 10시27분부터 오후 2시43분 자리를 뜰 때까지 이 질문 하나에 답하기 위해 4시간을 기다렸다.

#3. “친박실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인턴을 합격시키기 위해 청년 3명이 억울하게 떨어졌다. 최 부총리가 증인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것은 비겁하다.” 산업통상자원위의 국감도 증인 채택 논란으로 파행을 빚었다. 가스공사 등 산하기관 국감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사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최 부총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야당과 안된다는 여당이 신경전을 벌였고 증인 채택은 결국 불발됐다.

텅 빈 회의장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의 21일 국정감사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불출석에 따른 여야 공방 끝에 정회하면서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이제원 기자
역대 최대규모인 70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여야 의원의 고성과 막말은 물론 피감기관들의 성의 없는 답변과 증인 불출석 등이 되풀이되면서 국감이 파행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날 수공 자회사에 대한 국토교통위 국감은 상대 당 의원의 질의를 비꼬는 듯한 발언을 놓고 고성이 오간 끝에 파행을 빚었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부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국감이 ‘막말 국감’과 ‘면피성 국감’이 맞물려 무용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제대로 된 행정부 견제를 위해서는 국회의 풍토개선과 함께 국감 진행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도 피감기관도 여전한 ‘2015 국감’

국회 모니터링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10일부터 국감 1주차 13개 상임위 국감을 모니터링해 발표한 자료에는 의원들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적 내용에는 ▲말 끊기, 예-아니오성 질의, 자기주장 강요 ▲몰아치기식 질의, 호통·훈계형 질의 ▲잘못된 사실관계에 의한 질문 ▲각종 시선끌기용 소품 ▲지역구 숙원 사업 민원해결형 질의 등이 담겼다.

지난 18일 안전행정위 국감장에서는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에게 “원내수석부대표인 양반이 여기 와서 깽판 놓으려고 그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조 의원이 “누굴 가르치는 거냐”고 맞서며 소동이 벌어졌다.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최 부총리 답변이 길어지자 “제 질의시간을 다 잡아먹으려고 하느냐, 얼굴은 빨개지셔 가지고…”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창피해 같이 앉아 있기 힘들다”고 받아쳤다.


카톡하고…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한 의원이 노트북으로 SNS를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피감기관들의 버티기와 불출석, 위증, 무성의한 답변 등도 국감 부실의 단골손님이다. 지난 15일 안행위 국감장에서는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자원봉사 잠수사들을 사설 구난업체 ‘언딘’ 소속의 유급잠수사라고 주장했다. 이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민간잠수사가 “생명을 내놓고 증언한다. 해당 잠수사는 언딘 소속이 아니다”라고 하자 홍 본부장은 뒤늦게 “잘못 말씀드린 부분”이라고 정정했다.


국감보단 선거구? 21일 한 국감에서 한 의원이 휴대전화로 선거구 획정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부 견제 원칙 되새겨야”… 상시국감 필요성도

우리나라 국감 방식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제도다. 미국의 상시청문회와 영국의 특별위원회 방식을 혼합했다. 장점만 뽑아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국감 무용론이 대두될 정도로 매년 반복된 비효율이 발생한다. 국감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우선 일정이 문제다. 올해 국감에서 대상기관은 779곳이다. 3주 동안 국감이 진행되니 하루에 50곳 정도의 기관 감사가 실시되는 셈이다. 10여 시간 증언석에 앉아 있다가 한두어 마디 하고 돌아가는 기관장이 매년 숱하게 등장한다.

결국 반복되는 국감장의 추태를 고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상시국감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부는 상시 국감을 1년 내내 하면 부담을 갖는다고 하는데 일상적인 상임위 활동에서의 감사는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및 준비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의원들의 (추태가) 많아진다. 일단 뜨고 봐야 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천과정에서 국감장에서의 언행 등을 주요하게 보자는 방안도 제시된다. 최 교수는 “국감 점수를 계량화해 점수가 나쁜 사람들은 다음 공천에 불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준·이도형·이재호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
  • 송혜교 '부드러운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