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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남북 생태혈맥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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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23 22:53:54 수정 : 2015-09-23 22: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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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축복받은 생물의 보고
DMZ갈등, 생태계에 불치의 상처
얼마 전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사격, 선전방송, 무인기 비행 등 군사적인 갈등과 동시에 고위급 협상이 이어져 남북한 사이의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었다. 정치군사적으로 남북한은 갈등을 겪고 대립하지만 한반도의 산림과 자연생태계는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한반도의 면적은 22만㎢ 정도로 대륙 반대편 섬나라인 영국의 크기와 비슷하다. 안정된 나라인 영국에 1500여종의 고등식물이 자생하지만 일제 강점과 전쟁을 겪은 한반도에 4500여종이 자라는 것은 이 땅의 환경과 생태계가 독특함을 뜻한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온대 기후대의 다른 나라에 비해 한반도에 식물종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은 생태계를 담고 있는 그릇인 자연환경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지질학적으로 한반도에는 고생대 이전의 지층부터 최근에 퇴적된 충적층과 지형이 발달해 암석과 광물의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히말라야, 알프스 등 큰 산맥은 동서로 뻗어 있어 기후변화가 나타날 때 생물의 이동에 장애물이 됐지만 남북으로 이어진 한반도의 산줄기는 생물이 오가며 높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통로가 됐다.

조선 영조 때 책인 산경표(山經表)는 전국의 산줄기를 백두대간, 장백정간, 13개의 정맥과 이에 이어진 기맥으로 기록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서로 이어진 전국의 산줄기와 산은 산림과 생태계를 이어주는 네트워크이자 유전자를 주고받는 탯줄과 같다.

지금부터 2만년 전후의 최후빙기에 기온은 지금보다 섭씨 10도까지 낮았고 북서유럽과 북미에는 높이 3000m에 이르는 대륙빙하가 발달하면서 생물종이 몰살했다. 한편 동아시아는 혹독한 추위가 있었으나 건조해 대규모의 빙하는 발달하지 않았다. 한반도는 빙하기에는 북방의 생물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를 찾아 거쳐 가는 길목이었고, 빙하기가 끝난 뒤에는 이들이 북쪽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경로였다. 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과 주변 섬을 연결하는 이동통로와 피난처의 역할을 하면서 동아시아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기후적으로 한반도는 뚜렷한 사계절을 갖지만 한겨울에 섭씨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백두산의 혹한으로부터 여름에 40도 가까운 폭염이 나타나는 영남 내륙에 이르기까지 넓은 온도역을 보인다. 강수도 건조한 이른 봄부터 하루에 1000㎜를 넘는 한라산 백록담의 폭우에 이르기까지 변동폭이 크다. 다양한 기후조건은 여러 생물이 깃들어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어진 토양층도 다양한 생물의 터전을 이루었다.

한반도의 지리적인 위치, 지질, 지형, 기후, 토양 등 다양한 풍토는 지질시대부터 살아온 토착종, 빙하기를 넘겨 살아남은 유존종,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등장한 특산종 등 풍토에 순응하면서 이어온 다양하고 독특한 생물과 산림의 보금자리가 됐다.

한반도의 생물이 서식하는 공간 가운데 등뼈인 백두대간과 허리인 DMZ에서 발발하는 남북한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한 자연생태계에 피해와 부담을 주게 된다. 동시에 북한에서 생존을 위해 산림과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것과 남한에서 관광과 레저활동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산지 개발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사람들끼리는 화해하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지만 일단 교란되고 파괴된 자연생태계는 원상을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제는 휴전선을 넘어 남북한의 산림과 자연생태계를 이어줄 끈과 고리를 복원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긴장을 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남북한의 산림과 자연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은 한반도의 정체성 수립과 통합을 위한 첫걸음이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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