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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로잡은 한류… 그 힘의 원천은?

입력 : 2015-10-03 03:00:00 수정 : 2015-10-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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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세계 사람들이 한류 영향”
후진타오 “한국 드라마 즐겨” 찬사
이제 세계적 문화 패러다임으로
전쟁의 상처과 혹독한 가난 딛고
‘멋진 한국’으로 성장하기까지
美·佛서 활동 한국인 저널리스트
제 3자 시선으로 한류 흐름 분석
유니 홍 지음/정미현 옮김/원더박스/1만4800원
코리안 쿨/유니 홍 지음/정미현 옮김/원더박스/1만4800원


‘코리안 쿨’을 쓴 유니 홍은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뒤 미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 유학해 예일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세계적인 유력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1980∼90년대 한국의 촌스러움을 생생히 기억한다는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미국을 강타한 케이팝에 화들짝 놀랐다. 대중문화 대국으로 우뚝선 ‘쿨한 나라 코리아’와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과 탄생을 목도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그는 고백한다.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철저히 제3자의 시각에서 한류라는 문화적 흐름을 평가하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방한 당시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한류에 영향을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도 “시간 날 때마다 한국 드라마를 즐긴다. 특히 대장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 와서 한 말이지만 의례적인 덕담만은 아닌 듯하다. 

한류스타 싸이가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한류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 문화적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한류를 서구세계의 무대로 가져간 사내가 골 때리는 광대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땀에 전 털투성이 겨드랑이를 의도적으로 과시하는 통감자 몸매에 지저분하고 저급한 농담을 곁들인 노래를 부르며, 라스베이거스의 마술사가 골라 준 듯한 의상을 차려입은 사내가 그런 존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싸이는 그런 존재였다.” 소제목 ‘강남스타일이 등장하기까지’의 한 대목이다.

빵 터지는 유머에 버무려진 날카로운 시선이 제법이다. “이 집 저 집 술집을 돌아다니는 한국 술꾼들의 주식은 맥주와 소주다. 병에 든 생수보다 저렴한 소주는 달큰하고 술술 넘어간다. 그래서 쉬이 과음하게 만들고 숙취로 강펀치를 먹인다. 소주는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브랜드이기도 하다. 스미노프 보드카나 바카르디 럼주나 조니워커 스카치 같은 술을 가뿐히 제친다. 2012년에는 진로 소주가 전 세계적으로 5억8000만리터 넘게 팔렸다.”

1970년대 공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성보컬그룹 김씨스터즈. 김씨스터즈는 걸그룹 한류의 원조로 여겨진다.
원더박스 제공
앞으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서구 사회에서 지속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1990년 하버드대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개념화한 소프트파워란, 한 국가가 물리적인 강제보다는 이미지를 통해 행사하는 무형의 힘이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하드파워라면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전 세계에 말보로 레드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팔아버리는 방식이다. 보암직한 이미지의 유포, 다시 말해 ‘쿨함’을 여기저기 퍼뜨린다. 남유럽 공산주의 맹주 유고의 젊은이들이 두 달치 월급을 털어 암시장에서 리바이스 501을 사도록 만든 힘은 미국의 탱크도, 그레나다 침공 때 보여준 무력시위도 아니었다. 바로 제임스 딘이었다. 저자는 “한국은 서구에서도 먹힐 만한 이런 종류의 문화적 인장(印章)을 갖고 싶어한다”고 한다.

서유럽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가장 열광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세계문화를 선도한다는 프랑스다.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1년 전의 에피소드다. 2011년 4월 파리에서 열린 케이팝 그룹의 공연 입장권이 채 15분도 안 돼 다 팔렸다고 한다. 티켓 매진 후 며칠 만에 수백명의 파리지앵이 루브르광장 앞에 플래시몹을 벌였다. 공연 일정을 늘려 달라는 요구였다. 리옹과 스트라스부르 등 11개 도시에서도 비슷한 플래시몹이 벌어졌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었다.

저자는 “이때에도 막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 줄곧 그러했듯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 간의 긴밀한 공조가 있었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마셜플랜이 전 세계에 미국 문화를 전파하면서 주도적 위치를 만들었듯이 한국이 적어도 제3세계에서 그와 같은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류의 자극제로 ‘한’의 정서와 ‘수치심’에 주목한다. 일본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 6·25전쟁과 찢어지게 가난했던 경험, 외환위기와 구제금융, 뭐든 2위에 머물렀던 깊은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한국인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고 풀이한다.

이 책은 ‘코리안 쿨의 탄생’(The birth of Korean Cool)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말 미국에서 출간돼 아마존 ‘이달의 베스트 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슨 문화해설서는 아니다. 통쾌하고 유쾌한 이야깃거리로 꾸민 웰 메이드 논픽션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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